앞자리가 바뀌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건 작년부터였다. 첫 번째 회사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몸무게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두 번째 회사에 입사하고, 반년만에 최고 몸무게를 경신하게 됐다. 이것도 기록이라고 '경축'하고 플랑이라도 달아야 하는 걸까.
(마마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들어주세요. 그냥 희망사항이에요.)
나는 요새 말하는 '개말라인간'까지는 아니더라도 마른 축에 드는 인간 중 한 명이었다. 지인들이 다 말랐다고 말해주었고,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다고 생각하고 다녔다. 초등학교 때 경도비만 판정을 받은 뒤로 중학교 시절 사춘기에 밥을 굶다시피 하여 뺀 40kg대 몸무게를 10여 년 동안 잘 유지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첫 직장도 아니고, 두 번째 직장에서 살이 불어날 건 대체 뭔가?
어느 날 주말에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뒤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누워있어도 배가 나와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배만 나왔다, 배만.
전형적인 운동부족 비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 거울에 몸을 비춰보니 더 가관이었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 본 적 없던 올챙이 배가 떡하니 나와있었다. 이거 참, 이제 바지들 하나도 안 맞겠네? 아니나 다를까, 기존 바지들은 공복에 입어야 겨우 맞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원래는 밥 많이 먹고 먹어도 끄떡없는 여유감을 보여줬는데... 당장 출근이 있으니 미친 듯이 뱃살을 가릴 수 있는 원피스를 여러 개 샀다. 살은 살대로 찌고, 돈은 돈대로 나갔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암만 봐도 저녁이 문제였다. 회사가 집하고 멀어서 집에서 저녁을 먹으려면 최소 저녁 8시는 돼야 했다. 그럼 회사 근처에서 먹으면 되잖아? 싶겠지만 회사 근처에서 먹으면 다 돈이다, 돈. 그 8,000원을 아끼기 위해 집에 와서 먹는 게 나았다. 그렇다고 배달 음식을 한 번도 안 시켜먹는 건 아니지만... 뭐...
아무튼 그러다 보니 저녁은 늦게 먹으면 밤 9시, 10시에도 먹게 됐다. 그 시간대에 귀가한다는 건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그만큼 받았다는 뜻이기에 결국 오는 길에 마라탕을 시키고 만다. 치킨도 시키고 만다. 어떤 날엔 닭발 세트, 어떤 날엔 칼국수 곱빼기를 시켜 먹는다. 아, 8,000원을 아끼려다가 배달 팁 포함 15,000원을 쓰고 살은 살대로 찌고 옷 안 맞아서 옷 사는데 돈 또 쓰고 악순환의 반복이었구나.
그래서 선언한다.
나는 이 회사를 계속 다닐 예정이니,
회사를 옮길 수 없다면 나를 바꿔야 했다.
퇴사할 순 없으니 다이어트를 시도해본다.
이 글을 쓰기까지 한 3번의 다이어트 실패를 한 것 같은데, 더 이상의 실패를 하지 않으려고 그냥 공개한다.
다시, 빼고 싶다. 비만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