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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손으로 정신과를 검색했다

다시 괜찮아질 수 있을까?

by 정그믐

살다 보면 크게 아플 수도,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크게 흔들릴 수도, 심하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정신과를 간다는 것에 편견이 없었다.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을 사랑했다.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병원을 방문한 지 2~3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회사가 무섭기만 한 사회초년생이고, 업무는 서툴기만 하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날이 거듭될수록 스트레스의 표현 방식이 이상했다.


1. 위가 아플 때까지 음식을 먹는다.
- 분명 한두 시간 전에 끼니를 때우기 위한 음식을 먹었음에도 마음이 공허했다. 음식이 남으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억지로 욱여넣었다. 그러다 토한 적은 없지만 먹고 나서도 기분이 안 좋았다. '또 돼지처럼 먹었네'란 생각이 자주 들었다.
2.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 꿈에서 회사가 자주 나오는데, 보통 안 좋은 내용으로 꿈이 진행되곤 했다. 그럼 꿈에서 깨어난 뒤의 나는 '아 꿈이었구나'하고 안도해야 하는데, 어쩐지 깨고 나서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현실의 내가 실제 회사에서 겪은 일을 꿈에서 또 겪은 건지, 아예 없던 일을 꿈에서 겪은 건지 헷갈리는 날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3. 자주 울먹거렸다.
- 우울하면 혼자서도 잘 운다고 해서 난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나는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시간 동안 그렇게 서러웠다. 그렇다고 펑펑 운 건 아닌데, 눈물이 너무 쉽게 차올라서 간간이 마음을 타이르면서 가야 했다. 그런데 웃긴 건 집에 와서는 녹초가 된 상태라 울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애써 감정을 털어내려 우는 걸 시도하다가 너무 피곤해 잠드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그날의 우울한 감정을 소모하지 못하고 오래 가지고 갔다.


문득 불안해졌다. 이러다가 가뜩이나 실수만 연발하는 회사생활에 지장이 갈 것 같았다. 내 정신 상태가 남한테 피해를 줄까 봐, 그러고 나서 내가 나를 못 견뎌할까 봐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 감정이 왜 낯설지 않을까 생각했을 때 답은 하나였다. 난 이미 병원을 다닌 적이 있고, 한창 마음의 병이 심했을 때와 지금이 비슷해지고 있었다. (물론 글을 쓰는 지금 아직 병원을 다녀오지 않은 상태다.)


주말 내내 고민한 결과, 난 다시 병원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20대 초반, 마음의 병이 깊어져 한창 힘들었던 그때의 나로 돌아가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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