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살지?

내 존재에 의문이 생기는 나날

by 정그믐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만한 엄마의 인생이 이렇게 괴로움으로 끝맺을 거라면, 나는 왜 아직 살아있나. 나는 엄마만큼 열심히 살 생각도, 능력도 없다. 그런데 나는 왜 아직 살아있나. 요즘의 최대 고민거리이다.


엄마는 떠나던 날 검은 피를 토했다. 돌아가시는 순간에는 코와 입에서 미처 쏟지 못한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말기 암 환자는 장기가 온전하지 못해 임종 직전 그렇게 피를 토하는 것이라 들었다. 그러나 내가 의문을 가진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그냥 삶이란 것, 그 자체가 의문이었다.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에 스님이 오셔서 기도도 해주셨는데, 그렇게 살아생전에 불교대학을 열심히 다니고 법명도 받으셨는데, 왜 고통스럽게 마무리된 건지 그게 의문이었고 답답했다. 죽고 나서 안락해지는 건 내가 알 길이 없긴 한데 그렇다고 죽기 직전까지 이렇게 사람 괴롭게 하는 이유가 뭘까. 처음으로 극락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다 내 존재에도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이름엔 지혜가 으뜸이길 바란다는 의미가 있다. 엄마가 언니와 나 둘 다 직접 옥편을 찾아가며 지은 이름이라고 했다. 아빠는 한글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 엄마가 너무 완강해서 졌다고 했다. 당신은 머리가 너무 나쁜 것 같아 자식들은 머리가 좋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었다고. 큰딸은 이름대로 사는 것 같은데 작은딸인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농담을 잘했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왜냐면 지금도 내 삶에 대한 답을 찾을 지혜가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런 내 말을 들으면 복에 겨웠다고 말한다. 살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말을 하느냐고 날 다그친다. 그러니까 더 찾고 싶은 거다. 내 삶의 이유를 찾아 더 열심히 살고 싶을 뿐이다. 찾지 못한다면 지금처럼 끝도 없는 의문에 빠져 삶의 회의만 느낄 테니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엄마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내가 평소에 하지 않던 생각을 했다.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1월이라 너무 추웠고, 하늘은 너무 맑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갈 길을 갔고, 방학이라 집 근처 초등학교는 한적하기만 했다. 3일 만에 상복을 반납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자, 더는 겉만 봐서는 아무도 내 사정을 알 수 없었다. 세상은 나만 빼고 평화로워 보였다. 23평짜리 우리 집도 사람 한 명이 영영 가버렸다는 사실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나는 집으로 들어가 손발만 씻고 삼일장의 여파로 인한 수면욕을 이기지 못해 잠들어버렸다. 아주 푹 잠들었다. 꿈에 엄마는 나오지 않았다. 개운한 정신으로 일어나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가족들과 라면을 끓여 먹었다. 우리는 먹으며 웃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고작 사나흘이 흘렀을 뿐이었다. 이렇게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정상인지 무서웠다. 분명 반나절 전만 해도 평화로운 세상이 원망스러웠는데 이제 내가 평화로워지고 있었다. 그것도 푹 자고 일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그때부터 이상한 생각을 시작했다.


절에 들어가서 속세랑 연을 다 끊고 살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어처구니없었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어딘지 모르게 공허했다. 사람의 죽음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게 됐고, 나의 존재 이유를 따지게 됐다. 혼자서는 답이 나오지 않자 불현듯 ‘출가’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사람들이 이래서 종교에 귀의하나 싶었다. 나도 그 사람 중 한 명이 되어야 하는가 고민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또래 친구들에게 묻기엔 다소 난감한 주제였다. 그렇게 혼자 몇 달을 고민했다, 현생에 치여 잠시 잊었다가, 다시 고민했다가를 반복했다. 사실 지금도 간혹 같은 고민을 한다. 여전히 나는 내 삶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 엄마는 당신의 삶의 이유를 알았을까. 장례 치르자마자 잠들어버린 내 머리를 남몰래 쥐어박고 갔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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