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는 엄마를 사랑했을까?

모르겠다.

by 정그믐

나는 엄마를 사랑했을까?


여전히 모르겠다.

10편이 넘는 엄마와의 이야기를 쓰면서 가끔은 울먹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눈물이 사랑의 증거가 되진 않는다. 엄마를 생각하면 밉다가, 원망스럽다가, 다시 보고 싶지 않다가 죄책감의 단계로 가기 전 힘들어서 생각을 그만둔다.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내 치부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TV다큐멘터리에서 찾을 수 있는 그런 절절한 가족 간의 사랑을 나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만 그런 것인지 묻고 싶었다. 엄마는 아프면 아프다고 다 표현했고, 나는 싫으면 싫다고 다 말했다. 그래서 우리 사이에 빛나는 모성애라던가 지극한 효심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여러 가지 가족의 모습 중 하나였던 걸까?


글을 한 편씩 완성하면서 그다지 힘들지도, 그다지 편하지도 않았다. 어느 날은 내가 엄마에 대해 아는 게 이렇게도 없었나 싶어 속상했다가, 또 어느 날은 새삼 그 순간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라 혼자 씩씩댄 적도 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엄마를 닮았다면, 엄마 역시 투병 생활을 할 때 나에 대해 이렇게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겠다고. 마지막 감정은 무엇이려나.


‘내 인생에 신경 꺼라!’와 같은 되바라진 내용보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잘하자!’와 같은 교훈적인 책을 훨씬 많이 보고 자랐다. 그래서 배운 대로 착한 딸, 착한 친구가 되고자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지금은 체념했다. 내 인생임에도 잘못된 것 같아 남의 눈치가 보이고, 남들만큼 살지 못해 이렇게 괴로워하나 싶은 밤들의 연속이었다. 그런데도 끝까지 글을 쓴 건, 한 명이라도 날 공감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다. 나만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끝까지 이기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나의 최선이 당신의 기본도 되지 않았던 거라 말하기 전에, 나는 당신에게 최선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사랑했다고 말할 수 없다. 늦게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많이 아쉬운 모녀지간이었다고. 그러니 다음 생에는 우리 만나지 말자고. 엄마가 떠난 지 1년도 더 지난 후에야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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