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철이 총을 처음 쥔 것은 열아홉의 봄이었다. 훈련소의 흙먼지가 폐 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에도 그는 꾹 참고 달렸다. 군화 밑창으로 땅을 찍을 때마다, 자신이 조금씩 강해지는 것 같았다. 어릴 적 교과서 속 군인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군가의 이미지가 그의 몸에 붙었다.
몇 해 뒤, 그에게 또 다른 명령이 떨어졌다. 남쪽도 아닌, 더 남쪽으로 가게 된다는 소식이었다. 전우들은 그곳을 월남이라 불렀고, 전쟁은 끝날 줄을 몰랐다.
비행기는 밤을 가르며 날아갔다. 창밖 풍경은 보이지 않았고, 안쪽에는 군인들의 숨소리만 모여 있었다. 만철은 무릎 위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재봉틀 페달을 밟던 어머니의 발등이 겹쳐 보였다. 그 발등을 떠올리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번엔 정말 이기고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어머니에게도, 자신에게도 설명이 될 것 같았다.
월남의 땅은 처음 맡아보는 냄새를 품고 있었다. 흙과 풀과 썩은 물이 한데 섞인 냄새, 벌레와 땀과 고무나무 수액이 뒤엉킨 공기. 부대는 정글 속에 임시 막사를 치고, 낮에는 더위에 숨을 죽였고 밤에는 포탄 소리에 잠을 깼다. 며칠 동안 만철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이 지금 아주 멀리 와 있다는 사실만이 또렷했다.
작전은 반복됐다. 정글을 행군하고, 마을을 수색하고, 다시 돌아오기를 여러 차례. 마을들은 서로 비슷했다. 낮은 지붕과 진흙벽, 닭 울음과 사람들의 비명. 그 속에서 누가 적이고 누가 아닌지 점점 모호해졌다. 상부에서는 말했다.
“의심스러우면 먼저 눌러야 산다.”
그날도 비슷한 작전이었다. 아침부터 이어진 총성과 포성, 불붙은 지붕들이 하늘로 연기를 올렸다. 만철은 귀가 멍해진 채 골목을 뛰었다. 어디선가 누군가 숨을 죽이는 기척이 들렸다. 총을 들고 그쪽으로 들어갔을 때, 좁은 방 안에 젊은 여인 하나가 홀로 웅크리고 있었다.
순간, 방 안 공기가 또렷해졌다. 여인의 눈이 그를 올려다봤다. 두려움과 분노와 체념이 뒤섞인 눈빛이었다.
“나오라고.”
입안이 바싹 말라붙어 있었다. 한국어로 내뱉은 말은 여인에게 닿지 않았다. 그는 엉성한 베트남 말을 몇 마디 떠올려 보려 했지만, 혀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어깨에 멨던 총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 무게를 덜기라도 하듯, 그는 여인에게 더 다가갔다. 주체할 수 없는 무엇인가에 이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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