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꺼풀

by 우두커니

히엔은 자라면서 자기 얼굴을 먼저 알게 되었다. 동네 아이들이 장난삼아 그녀의 눈을 흉내 내곤 했기 때문이다. 눈꺼풀이 두 겹으로 접히지 않고, 곧게 내려앉은 외꺼풀. 어른들은 “눈이 예쁘네“라며 웃었지만, 히엔은 그 말들 속에서 자신이 이 마을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사실만을 또렷이 느꼈다.


장터에 나가면 상인들이 그녀의 피부를 한 번 더 보았다. “햇볕을 안 쬐나, 저 애는?” 누군가 중얼거렸다. 히엔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머니의 치마 자락을 꼭 잡았다. 사람들의 눈은 언제나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어머니는 밤이 되면 가끔 한국 이야기를 했다.


“눈이 이렇게 생겼대, 한국 사람들은. 네 눈처럼.”


어머니는 히엔의 눈두덩을 손가락으로 쓸며 말했다.


“추운 나라야. 겨울이면 하얀 게 하늘에서 내리고, 사람들이 국물 있는 걸 많이 먹지.”


그럴 때면 히엔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같은 장면이 떠올랐다. 검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 하나, 그리고 그 섬 위에 쌓이는 붉은 눈.


학교에서 히엔은 숫자와 글자를 빨리 익혔다. 선생은 그녀가 문제를 잘 풀면 “머리가 좋구나”라고 칭찬했지만, 동시에 아이들이 수군대는 소리도 들렸다.


“저 눈이 그래서 그런가.”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는 히엔에게 한국어 단어를 몇 개씩 가르쳐 주었다. 어디서 배운 건지 모를 발음으로.


“이건 ‘물’… 이건 ‘밥’… 이건 ‘엄마’.”


베트남어와 섞인 그 소리들은 히엔의 혀 안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어머니의 몸이 눈에 띄게 약해진 것은 히엔이 열다섯이 되던 해였다. 기침이 길어졌고, 장터 나가는 날이 줄었다. 밤에 켜놓은 호롱불 아래서, 어머니는 딸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너는 여기서 끝날 애가 아니다.”

“어디로 가는데요, 엄마?”

“네 아버지 나라. 한국. 거기 가면 돈을 더 벌 수 있대. 공장도 많고, 식당도 많고… 거기서 돈 벌어서, 나 나중에 데리러 와.”


어머니는 웃으며 말했지만, 눈가에는 주름이 깊어졌다. 히엔은 그 말을 곧 약속처럼 받아들였다. 낮에는 일을 돕고, 밤에는 브로커가 가져온 한국어 교재를 펼쳐 들었다. 삐뚤빼뚤한 자음과 모음을 따라 쓰며, 입 안에서 어색한 소리를 굴렸다.


“안…녕…하…세…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우두커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전라남도 순천 태생, 1/3의 K대생, 전직 은행원, 47개국 방랑자, 현재는 세계놈팽이 타이틀로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서는 중

4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3화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