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민수가 아버지를 대방동 라멘집으로 이끌었다. 며칠 전부터 속이 좋지 않다며 밥을 잘 넘기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진한 국물이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민수를 따라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기던 만철은 가게 앞에 서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붉은 천에 검게 쓰인 히라가나 간판. 만철은 가만히 그 글자들의 모양을 눈으로 더듬었다. 반듯하고 절도 있는 획들. 아주 오래전, 밤마다 남몰래 베껴 쓰던 일본어 교과서의 활자들이 떠올랐다. 그에게 일본이란 늘 그런 것이었다.
가난과 먼지뿐인 자신의 삶과는 다른, 단단하고 매끄러운 쇠의 감각. 질서 정연하고 압도적인 힘. 아들이었던 민수는 늘 일본을 향해 날을 세웠지만, 만철은 입 밖에 내지 않을 뿐 속으로는 그 정교한 문물을 평생 동경해 왔다.
“아버지, 들어가요. 일본 음식이라도 맛은 괜찮다니까요.”
민수가 등을 떠밀었다. 식당 문을 열자마자 확 끼쳐오는 냄새가 있었다. 단순히 돼지 뼈를 고아낸 냄새라기엔 무거웠고, 어딘지 쿰쿰하고 끈적한 습기가 공간에 고여 있었다. 깔끔하고 정돈된 일본의 이미지를 기대했던 만철의 코끝에, 기름지고 비릿한 열기가 훅 끼쳤다.
환풍기가 웅웅 거리며 돌아가고 있었지만, 공기는 빠져나가지 못한 채 카운터와 테이블 사이를 부유했다. 좁고 어두운 실내에는 붉은색 조명이 얼룩처럼 늘어져 있었고, 일본 풍경을 담은 낡은 달력 옆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눅눅한 냄새가 스며 있었다.
“어서 오세요.”
주방 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만철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붉은 조명 아래, 검은 앞치마를 두른 여자가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만철의 시선이 여자의 얼굴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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