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우두커니

그날의 불편했던 만남 이후, 민수는 한동안 라멘집에 가지 않았다. 아버지의 서늘한 눈빛과 히엔의 무덤덤한 표정이 자꾸만 뇌리를 맴돌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목을 지날 때마다 불을 밝힌 붉은 간판은 이상한 자력으로 그를 끌어당겼다. 결국 보름쯤 지났을 무렵, 민수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섰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가게 안은 비어 있었다. 히엔은 구석 테이블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베트남 예능 프로그램을 작게 틀어놓고는, 다듬은 쪽파를 통에 옮겨 담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히엔이 고개를 들며 인사했다. 민수를 알아본 눈치였지만,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무심한 투였다.


“매운 라멘 하나 주실래요.”


민수가 카운터석에 앉으며 멋쩍게 말했다.


“네.”


히엔이 주방으로 들어가 불을 올렸다. 끓어오르는 국물 소리가 좁은 식당 안을 채웠다. 민수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주방 너머 그녀의 뒷모습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때는… 우리 아버지가 좀 무례했죠. 미안해요.”


조용한 주방을 향해 민수가 불쑥 말을 던졌다. 히엔은 국자를 휘젓던 손을 잠시 멈췄지만 뒤돌아보진 않았다.


“괜찮아요. 늙은 사람들, 다 비슷해요.”


그 덤덤한 대답이 민수를 조금 더 머쓱하게 만들었다. 라멘이 나오고, 민수가 면을 끊어 먹는 동안 히엔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쪽파를 마저 다듬었다.


“히엔 씨는 쉬는 날에 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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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순천 태생, 1/3의 K대생, 전직 은행원, 47개국 방랑자, 현재는 세계놈팽이 타이틀로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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