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은 얼마나 더울까

by 우두커니

언젠가 그늘 아래 있었던 적이 있다
당연하게 거기 있는 줄 알았던 그늘은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계속 움직였다

해를 따라가고 있구나
나도 왼쪽으로, 조금씩 왼쪽으로
그늘은 이런 나를 밀어내지 않는다

넌 얼마나 더울까
괜스레 미안해진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어줄 수 있을까

그늘은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왼쪽으로, 움직일 뿐이다

그늘을 따라가지 않으니
나도 그늘이 되고 있었다
점점 차분했던 그늘의 품이 그리워진다

발 밑 지나가던 개미의 미소를 보며
내 그늘의 품을 생각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