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해맑기만 하여라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이상형 월드컵처럼 더 마음에 드는 이름이 그전 이름들을 지웠다.
#제니 #반희 #단비
최종 살아남은 이름 셋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내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 준다는 건
단순히 좋은 어감과 좋은 의미를 선물하는 건 아니다.
이름은 부모로서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최소한의 바람을 담는다.
어쩌면 아이 인생에 관여하는 최초의 개입이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거다.
나는 이 관여를 최소한으로 하고 싶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아이가 흔쾌히 따라줄 수 있는 정도?
사실 남자아이였다면 정해진 이름이 있었다.
#이튼
이쁘고 튼튼하게만 자라라는 심플한 메시지였다.
우리 부부 둘 다 이견이 없었고 진심 아이에게 바라는 바를 담았다.
근데 딸아이 이름 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딱 이 정도의 가벼움에 엄마 아빠의 진심을 담을 수 있는 이름이어야 했다.
나는 내 아이가 딸이라면 마냥 해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살짝 눈치가 없어도 구김살 없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친구이길 바랬다.
그럼 흔쾌히 바보가 되어 아이만 보면 웃음 짓는 아빠가 될 테다.
#제니 #반희 #단비
왠지 제니가 그런 친구일 것 같다고 내심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참고로 내 인생에는 3명의 제니가 존재하는데
첫 번째가 남자 셋 여자 셋의 이제니
두 번째가 프렌즈에서 레이철 역을 맡았던 제니퍼 애니스턴
세 번째가 요즘 대세 블랙핑크의 제니
공교롭게도 내가 아는 제니들은 하나같이 밝고 명랑한 이미지를 지녔다.
사람이 이름 따라간다는데 제니라는 이름을 지어주면 아빠의 바람대로 밝게만 자라주지 않을까?
더구나 태명이 젤리였던 터라 젤리에서 제니로 자연스러운 호칭 변화에
아이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 같았다.
물론 우려스러운 부분도 없지는 않다.
하필 제니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하나같이 외모도 빼어나다는 거.
한편으로는 우리 제니가 이름과 달리 너무 순박한 모습으로 이름이랑 안 어울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는데...
뭐 정 안되면 나중에 #젠휘 정도로 개명하면 되지 않을까?
어쨌거나 저쨌거나
약간의 우려와 함께 내 인생의 4번째 제니는 그렇게 가장 특별한 제니가 되어주었다.
우리 제니가 부디 제니 이모 언니들처럼 티 없이 밝고 #예쁘게 자라줬으면 하는 아빠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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