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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훈 Jun 01. 2020

조해진 <빛의 호위>를 읽다.

플롯, 현실과 다큐멘터리

본 소설은 두 가지의 주요한 플롯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권은’과 ‘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현실에서의 플롯이며, 다른 하나는 힐게 한센의 다큐멘터리 「사람, 사람들」의 내용인 알마 마이어와 노먼 마이어의 이야기이다. 이 두 플롯들은 하나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끼어들어와 번갈아가는 양상을 보여준다. 또한 두 플롯 모두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번갈아감의 원인은 바로 이 소설의 서술자이기도한 ‘나’의 의식이며, 이로부터 자행되는 일련의 생각과 행동들이다. ‘다가가 우산이라도 씌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같은 우산 아래 있는 동안 우리를 둘러싼 침묵이 부담스러웠다.”나 “나는, 맞게 찾아온 것이다.”와 같이 본 소설을 읽으며 끊임없이 ‘나’의 정제되지 않은 의식을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그 이유이다. 이러한 의식 속에서 ‘나’는 ‘권은’과의 과거의 기억을 점차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이며 이러한 양상을 소설 내에서는 시간을 과거로 뛰어넘어 그 장면들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독자에게 보여준다.


이러한 두 가지의 플롯에서 인물들과 이야기는 너무나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에서 나왔던 대사가 ‘권은’의 입에서 나오기도 하고, ‘나’가 그 다큐멘터리를 보기위하여 실제 뉴욕으로 건너가기도 한다. 더 나아가 열세 살의 ‘나’가 권은의 집에 찾아가는 순간, 소설은 스크린 속의 알마 마이어의 설명을 조명한다. 살의 ‘나’가 권은의 집에 찾아가는 순간, 소설은 스크린 속 알마 마이어의 설명을 조명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정의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천진한 기만 같아 보인다.” 그리고는 알마 마이어의 과거를 보여준다. 식료품점 지하 창고에서 알마 마이어의 유일한 희망은 악기상점 그리고 그녀의 바이올린이었다.


그녀를 그곳에 이끌게 한 것은 그녀의 연인이자 같은 오케스트라의 연주자였던 장이었고, 그의 악보가 자신을 살렸다고 알마 마이어는 진술한다. 이윽고 다시 시작되는 ‘권은’과 ‘나’의 이야기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권은’의 집에 방문한다. 숨이 막혀오고 환청이 들리는 게 싫었을 뿐이었다. 다큐멘터리와 같이 열악한 환경에서의 ‘권은’의 희망의 역할을 하는 것은 우연히 발견한 후지사의 필름 카메라이다. ‘나’가 권은을 떠올리며 건넨 중고품으로 팔만한 후지사의 필름 카메라였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 않았던 것이다. 알마 마이어의 진술처럼 기만하지 않은 것이다. 권은은 셔터를 누를 때 세상의 모든 구석에서 빛 무더기가 흘러나와 피사체를 감싸주는 마술적인 순간을 사랑했다. 그것을 제공한 자는 바로 열세 살의 ‘나’였다.


이러한 유사성을 통하여 ‘나’는 ‘넌, 지금 행복하니?’라는 질문에 답을 할 기회를 얻는다. ‘나’는 사람을 살리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위대한 일을 하였다. 우리는 어떤 이가 누군가에게 중요한 존재가 된다면 ‘누구의 빛과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다. 세상의 모든 구석에서 빛 무더기가 흘러나와 피사체를 감싸주는 그 마술적인 순간을, ‘권은’이 사랑했던 그 순간이자 그 존재가 ‘나’였던 것이다. 이를 통하여 ‘나’는 자신이 던졌던 질문에 답을 건넬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다큐멘터리를 통하여 얻은 삶의 의미에 대해 떠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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