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를 바라본 적이 있나요?

'등대'를 보며 드는 생각

by 김지훈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륙에서 산 내게 바다를 본다는 것은 흔한 경험이 아니었다. 바다보다는 산과 들이 익숙했고 파도가 부둣가에 부딪쳐 파도치는 소리보다 불어오는 바람에 서로 부딪혀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소리가 더 익숙했다.


그러다 보니 가끔 가는 바다에는 눈에 담을게 많다. 조개껍질이 군데군데 놓인 새하얀 모래사장, 파도에 깎이고 깎여 만들어진 자갈밭, 푸르른 바다 위에 둥실둥실 떠 있는 부표, 그리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등대.


바다에 가면 다른 것들도 많이 바라보지만 유독 등대가 눈에 더 잘 들어오곤 한다. 어릴 적엔 홀로 서있는 등대가 한없이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만 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등대를 그리움을 표현하는 대상으로 사용하곤 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해 왔었다. 그러다 최근에 한 노래를 듣고 등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노래는 가수 '김진호'님의 "폭죽과 별"이라는 노래였고 영원히 빛나며 사람들이 자기만 바라봐주길 원했던 폭죽은 밤하늘에서 계속 빛을 내고 있는 별이 부러워 부러움을 담아 별에게 말을 건넨다.


"너희들은 좋겠다, 계속 빛나고 있으니."


그러자 별은 폭죽에게 담담하고 익숙하다는 듯이 답해준다.


"사람들은 잊곤 해, 계속 빛을 내고 있으면 빛인 줄도 몰라. 외롭거나 누군가 그리운 날들이 오면 그제야 가끔씩 우리를 바라봐."


"환호 속에 반짝이는 커다란 폭죽보다 침묵으로 빚어진 외로운 빛일 뿐이야 별은."


별에게 답변을 들은 폭죽은 다시 하늘에서 내려가고 사람들은 폭죽을 보며 "끝났다" 한다. 폭죽은 다시 재가 되어 땅으로 내려왔고 사람들은 폭죽을 밟고 떠나간다. 그렇게 폭죽은 별광이 대화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가진 채로 흙이 되어 별은 계속해서 하늘을 빛내고 자신은 흙이 돼 땅을 빛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채 하늘에서 빛났던 자기 자신을 추억한다.


이 노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로 한동안 이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었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문득 등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폭죽이 별에게 물었듯 사람들은 등대에게 "너는 혼자 서있는 것이 참 외롭겠다." 말하지만 등대는 사람들에게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이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거야."라고 답할 것만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등대의 사전적 의미는 향로 표지의 하나로 바닷가나 섬 같은 곳에 탑 모양으로 높이 세워 밤에 다니는 배에 목표, 뱃길, 위험한 곳 따위를 알려 주려고 불을 켜 비추는 시설로써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사람이나 사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이처럼 등대가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것으로 등대가 없다면 많은 사람들이 길을 헤매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등대를 바라보며 느껴야 할 감정은 외로움보다 대단함이 더 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군가에겐 외로운, 외로워 보이는 등대가 누군가에겐 의로운, 꼭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그러니까 등대는 한없이 외롭게 서있는 것이 아닌 묵묵히 제자리에서 자신의 맡은 바를 다하고 있는 그 누구보다도 성실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말하고자 하는 건 등대를 더 이상 외로운 존재로 바라보지 말라는 것이 아닌 외롭게만 바라보지 말라는 것이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누군가는 등대를 간절히 찾고 있을 것이고, 등대의 존재를 필요로 하고 있을 것이다.


등대의 빛은 외롭고 차갑기만 한 게 아니라 의롭고 따뜻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겐 외로운 등대

누군가에겐 의로운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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