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랬다면 후회하지 않았을까?

'만약'은 '후회'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by 김지훈

책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 이미 기록된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없다는 소리다. 우리는 종종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나 누군가와의 관계에 있어서 '만약 ~했으면", "만약 ~하지 않았더라면" 식의 가정문을 사용하곤 한다. 나는 역사에 만약은 없다는 구절을 읽으면서 우리는 왜 만약이라는 단어로 이미 기록된 역사를 변화시키고 싶은 것일지 생각을 해보니 그 생각의 기저에는 후회가 깔려 있었다.


이전의 잘못을 깨우치고 뉘우친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후회를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과거에 잘못을 저지르는 것, 그리고 그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과거에 잘못은 저질렀지만 인정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당당하고 떳떳하지 굳이 후회를 하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른 뒤 인정을 해야만 후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후회를 하는 과정에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들어간다. 후회를 하기 위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잘못에 대해 복기를 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 과정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뜻밖의 경우를 생각하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가정을 한다. 그리고 여기서 나타나는 '혹시 있을지 모를 뜻밖의 경우'가 바로 '만약'이다.


이렇게 놓고 생각해보면 '만약'과 '후회'는 서로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단어들이 아닐까. '후회'하면서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고, 그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지 못한 것을 또 '후회'하는 아이러니함. '만약'은 '후회'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물론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아마 나는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쓴 것을 '후회'하면서도 '만약'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만약 나 말고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나는 후회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본다면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후회하기 위해 만약을 가정할 거야"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만약이라는 이름의 후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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