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번 생각하고 질문해봐야 한다. 무의식적으로든 습관적으로든 괜찮지 않은 상황에 괜찮다고 하고 있진 않은지, 분명 나는 괜찮지 않은데 상대방의 눈치를 보거나 상대방의 말로 인해 괜찮아야만 했지 않은지, 필요 이상으로 상대방을 밀쳐내며 괜찮다고 하고 있진 않은지 말이다.
이 질문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하는 것이지만 나에게도 하는 질문이다. 나는 지금도 아직 남아있는 것 같지만 흔히들 말하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주변의 모두에게 착한 아이로 보이고 남아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습관적으로 "괜찮아"를 남발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말을 들어도 나는 항상 괜찮아야 했고 원하는 것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하며 거절해야 했다. 그땐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고 과거의 나와 같이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동질감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들어 나의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물론 이야기를 들어도 습관적으로 자기는 괜찮다고 말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온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나를 포함해서 습관적으로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괜찮다고 말하는 이유 중 가장 큰 하나는 남의 눈치를 너무 본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의 상황이나 감정을 더 중요시 여기거나 상대방에게 받는 평가나 인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눈치를 보며 괜찮다고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인 것을 잊은 채.
과도하게 눈치를 보다 보니 자신은 어떤 상황에서든, 감정표현에서든 후순위로 미뤄 놓아 점점 작아진다. 그렇게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을이 되기를 자처하고 상대방은 항상 갑이 되어 버려 내 실수가 아니어도, 내가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괜찮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아가서는 되려 미안하다고 해야 하기도 한다.
길게 풀어썼지만 이러한 경우를 짧은 단어로 '가스 라이팅'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앞서 말한 갑은 '가스 라이팅'을 하는 사람, 괜찮다고 하는 을은 '가스 라이팅'을 당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최근엔 이런 '가스 라이팅'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이야기들 중 하나는 '가스 라이팅'을 당하는 사람은 자신이 당하는 줄도 모르고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가스 라이팅'을 당해보고 습관적으로 '괜찮아'라고 말해 본 사람으로서 부디 이러한 것을 깨닫고 벗어났으면 좋겠다. 자신이 '가스 라이팅'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는 자기 자신을 뒤늦게서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 늦기 전에 알아채고 변화하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는 앞서 말한 '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하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말장난 같이 들릴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괜찮지 않아 한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뭐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높은 확률로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잘못했을 확률이 높다. '가스 라이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상대방의 의도에 휘말리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린 뒤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가스 라이팅'을 하는 사람은 보통 자기는 항상 맞기 때문에 상대방이 항상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상함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그 사람을 제외한 다른 3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또한 겁을 먹지 않아야 한다. 속된 말로 쫄지 말자. 상대방도 다 똑같은 사람이다. 괴물이나 맹수가 아닌 사람이다. 그렇기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 결과가 어찌 되던 가만히 있지 말고 부딪혀라도 봤으면 좋겠다. 어차피 깨질 거라면 나 혼자 깨지지 말고 같이 깨져 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상대방은 당황할 것이고 더 이상 겁을 먹지 않게 된다면 이전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다.
그러니 부디 겁먹지 말고 부딪혀라도 보자.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자기 자신을 좀 더 챙기고 사랑해주자. 나를 돌보지도 못하면서 남을 돌보거나 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령 있다고 해도 그것은 자신을 갈아 넣어 남만을 위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우리 제발 자신을 좀 더 사랑해주자. 좀 더 아껴주고 챙겨주자.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챙길 수 없다. 우리 제발 자기 자신을 아끼고 한없이 사랑해주자.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부디 자기 자신을 챙기는 법을 익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마지막으로.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너도 그리고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