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자아를 위한 뷔페형 자학 코스
꼴에 간헐적 단식한다고
16시간을 굶었더니 손이 달달 떨려요
그런데 허기보다 허전함이
100만 배쯤 더 무서워요
눈 떠보니 집안에는 아무도 없고
눈 아픔 이슈로 드라마 정주행도 물 건너갔으니
돌잔치에라도 가야겠다
할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남자친구도 없는 주말
애매하게 가까운 회사 동료의 돌잔치가
유일한 이벤트처럼 느껴졌다
침대에 누워 돌잔치에 참여한 나를 떠올려봤다
아는 얼굴이 없어 민망해하다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는
뷔페식 공허로 배를 채우겠지
1도 관심 없는 돌잡이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사회자의 시답지 않은 농담에 자지러지며
억지로 억지로 자리를 빛내고 있겠지?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돌잔치 참석은 무의미한 사교적 외출이 명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프로 참석러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내 인생이 너무 불안해서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으니까
그래서 얼굴도 모르는 남의 집 아이에게
내 하루를 갈아 넣기로 마음먹었다
자고로 경조사는 상부상조가 원칙
우리 아이 돌잔치는
완전 럭셔리한 레스토랑에서 할 거예요
스테이크에 랍스터까지 나오는 곳이라면
참석 안 하고는 못 배기겠죠?
근데 오늘 당장 임신해도 노산...
혹시 50대에 돌잔치해도 안 잡혀가나요...?
여튼 분발해 볼게요. 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