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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nugeun Nov 18. 2019

나는 made in Japan이 좋다.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

종종 너무 매력적인 일본 제품을 발견하면 가격과 스펙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장단점을 파악한 뒤 마음속 장바구니에 넣어놓는다. 그렇게 넣어놓고 며칠 동안 수시로 꺼내어 살펴보면서 다른 제품과 비교해 보다가 그래도 정 마음에 들면 그 제품을 만든 기업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다. 그 결과 전범이나 다케시마, 욱일기 같은 키워드가 걸려 나오면 아주 마음에 들었더라도 장바구니에서 삭제한다. 그렇게 삭제하면서 문득 상상한다. 과거의 얽히고설킨 참혹한 역사가 없는 나라에서 일본 제품을 만났다면, 그래서 그저 어떤 나라에서 만든 수입 상품으로만 볼 수 있었다면 난 일본 제품을 얼마나 구입했을까. 만약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를 받지 않았더라면, 1800년 대 후반에 국가의 대소사를 결정했던 사람들이 발 빠르게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해서 일본의 침략을 막았거나 혹은 그들이 감히 침략할 수 없을 정도로 국력을 키워 냈더라면, 그 결과 지금 우리 역사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고 처참하게 새겨져 수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기적으로 온 국민의 머리와 가슴을 움켜쥐고 흔들어 대는 아픈 상처의 역사가 없었더라면. 만약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난 아마 일상이 온통 made in Japan으로 뒤덮인 일본 마니아가 됐을 것 같다.  


일단 집 안엔 눈길 닿는 곳마다 일본 제품이 가득했을 것 같다. 거실 TV엔 일본 게임기가 연결되어 있었겠지. 그리고 그 옆엔 역시 일본 게임 타이틀과 일본 애니와 드라마, 영화 DVD 타이틀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을 것 같다. 그러고선 커다란 화면으로 일본풍 일러스트가 가득 수 놓인 RPG를 플레이하거나 특유의 일본 감성이 물씬 배어나는 애니와 드라마를 몇 번이고 다시 봤을 거다. 방의 책장 한편엔 역시 일본 작가의 책을 잔뜩 꽂아놓고 반대 편엔 일본 작가의 만화책을 줄지어 꽂아놓았겠지. 그러고선 퇴근하면 냉장고에서 일본 맥주를 꺼내와 일본 작가의 책이나 만화책을 보았겠지. 지금은 끊었지만 한때 피웠던 담배도 일본 담배를 폈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사실 그렇게 못한다고 해서 아쉽지 않다. 위에서 말한 것들은 적어도 내 기준에선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분야에선 우리나라에서도 이젠 상당히 만족스러운 상품이 출시되고 있고, 혹 그걸로 만족이 안된다면 미국이나 유럽으로 눈을 돌리면 된다. 그럼 위에서 언급한 어떤 분야든, 그게 상품이든 문화든, 내가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는 것들을 마주할 수 있고, 그 풍요로움이 일본 산의 아쉬움을 잊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그리고 수많은 나라가 모인 유럽에서도 아직 이렇다 할 대체제가 나오지 않는 분야가 있다(물론 지극히 내 취향에서). 불화수소같이 난 그동안 이름도 몰랐던 걸 얘기하려는 건 아니다.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건 자동차다. 일본산 자동차는 아주 절묘하게 포지셔닝해서 그 급의 대체제들을 한때 거의 말살시켰었다. 물론 최근에 미국 자동차 회사와 우리의 현기가 각성하면서 조만간 꽤 쓸만한 대체제가 나올 것 같긴 한데, 아직은 일본산에 비해 상품성이 좀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만약 우리나라가 일본과 문제가 없었다면, 난 지금 렉서스나 인피니티를 타고 다녔을 테고, 드림카로 혼다 NSX 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을 것 같다. 여건이 허락된다면(어머니나 아내의 허락을 받았다면) 주차장에 혼다의 슈퍼 커브나 벤리 같은 마실용 오토바이도 한 대 세워놨겠지. 독일산 자동차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그보다 뛰어난 품질을 선보였던 일본의 자동차는 아직도 내 기준에선 대체제가 없다. 그래서 지금 일본 자동차 타고 있냐고 물어보면 아니다. 그럼 대체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아니다. 다르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한 것들은 이렇게 일본과의 갈등이 불거지면 전혀 아쉬워하지 않고 끊을 수 있다. 그런데 자동차는 이런 갈등 속에서도 자꾸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한때는 만약 이들이 전범 기업도 아니고, 독도를 다케시마로 만드는 데도 관련이 없고, 우익 단체를 지원하지도 않는다면 괜찮은 걸로 생각해도 될 것 같다고 스스로 결론을 낸 뒤, 마음에 들었던 일본 자동차 회사 몇 개를 검색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 모두에서 자유로운 자동차 회사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관심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 주기적으로 네이버 자동차에서 일본 자동차 뉴스를 클릭하고 새로 출시된 일본 자동차를 살펴보게 만든다. 물론 거기엔 내 경제적 상황도 한 몫한다. 아직 독일산 자동차를 사기엔 조금 무리인 것 같고, 미국 자동차는 품질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가격이 마냥 싸지 않아서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 같고, 그렇다고 툭하면 자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준 현기는 사기 싫고, 현기보다 못한 상품성을 보여주는 다른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더 싫고, 이럴 때 일본 자동차를 사면 딱인 것 같은데, 이 시국에 일본산 자동차를 돈 주고 사려니(심지어 돈 안 주고 그냥 얻는다고 해도!) 독도는 사실 다케시마라거나, 한국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근대화를 이루었다거나,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기분이어서 사고 싶지가 않았다. 


참 이래저래 큰 아쉬움이 남았는데 그나마 최근에 다행인 건 일본 자동차 회사에서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자꾸 발로 일하는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최근에 일본에서 내놓은 신차를 보면 가슴 한편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아무리 봐도 못생겼기 때문이다. 반대로 요즘 현기에서는(정확하게 말하면 현대는 빼고 제네시스와 기아에서는) 유명한 자동차 회사에서 일했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적극 고용하는 한편, 그동안 소외시켰던 국내 소비자들을 점점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 같아서 점점 호감이 커지고 있다. 아주 좋은 현상이다. 조만간 일본차에 대한 아쉬움은 마음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까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런 내용의 글을 쓰고 싶게 만든 계기가 된 품목, 손목시계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손목시계 브랜드를 소유한 나라는 대략 4개국을 꼽을 수 있다. 모든 시계 브랜드의 정점에 서있는 파텍 필립부터 시계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인지하는 롤렉스, 오메가, 까르띠에, 스와치 등의 브랜드를 보유항 시계 강국 스위스, 하이엔드 브랜드 랑에 운트 죄네와 글라슈테 오리지널, 신생 브랜드 노모스 등 스위스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유명한 브랜드가 몇 개 위치한 독일, 고급 시계는 아니지만 가성비 좋은 전자시계를 만들어 내는 타이멕스의 미국. 그리고 마지막이 세이코와 카시오를 보유한 그놈의 일본이다(그리고 안타깝게도 세이코는 전범 기업이고 카시오는 전쟁 이후 창립되긴 했지만 욱일기 디자인을 사용한 전력과 다케시마를 후원한 전력이 있다).


우선 카시오는 전자시계로 유명하다. 특히 카시오의 서브 브랜드, 지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어느 날 개를 데리고 공원에 놀러 나갔는데 개가 캐치볼 놀이하고 싶다고 찡찡댄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하필 오늘따라 공을 들고 나오질 않았다. 그럴 때 마침 손목에 지샥이 채워져 있다면 그걸 공 대용품으로 사용하면 된다. 놀이를 마친 뒤 근처 수돗가에서 적당히 잘 씻어 다시 손목에 차면 이 놈의 튼튼한 시계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멀쩡히 작동하고 있을 거다. 이런 전자시계가 또 있냐고? 있긴 있다. 몇 년 전에 스위스의 빅토리 녹스라는 회사에서 이녹스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정도로 튼튼한 시계를 만들어 냈다. 그 전에는 루미녹스라는 회사에서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냈었고. 그런데 둘 다 지샥만큼 이쁘지가 않다. 그게 문제다. 손목시계는 액세서리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시계라는 기능 못지않게 디자인도 중요한데 디자인이 이쁘지가 않다니… 도저히 지샥의 대체 제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그만큼 전천후 전자시계에서 지샥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만약 내가 전자시계 마니아였다면 오늘 글의 주인공은 지샥이었겠지. 그런데 다행히 난 전자시계보단 태엽을 감아 작동시키는 기계식 시계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 지샥은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다. 한창 손석희의 뉴스를 즐겨보며 손석희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언론인이라고 생각했던 때에도 손석희 시계로 유명한 카시오 전자시계에는 관심이 가지 않았다. 


문제는 세이코다. 보통 세이코를 저렴한 전자시계 브랜드로만 생각하는데 사실 세이코라는 브랜드 안에는 여러 라인업이 있다. 그중 고급 라인업인 '그랜드 세이코'는 디자인과 기능 측면에서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고 있어서 인기가 많다. 물론 그에 따라 가격도 상당한 수준인데 그렇다고 스위스 최고급 브랜드 정도로 높진 않다. 그 포지셔닝이 딱 자동차 산업에서 일본 자동차 브랜드인 도요타와 렉서스의 포지션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난 현재 두 개의 시계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 어떤 물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다른 커뮤니티와 마찬가지로 이곳 회원들은 수시로 새로 산 시계 사진을 찍어서 자랑하거나 시계 구입 정보를 공유하고 원래 달려있던 시계 줄을 다른 줄로 바꾼 뒤 어울리냐고 물어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이곳엔 요즘 시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에도 몇 번씩 그랜드 세이코의 사진이 올라온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일본 시계뿐 아니라 불매 운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된 이후에 새로 구입했다고 자랑삼아 올리는 사람도 꽤 많았다(마치 8자리 번호판이 달린 일본 차를 보는 느낌). 게다가 댓글엔 같은 시계를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이 어디서 얼마에 구입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참 개탄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한 번은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시국에 일본 시계 사진 올리거나 구매 정보를 물어보는 건 좀 그렇지 않냐는 글이 올라왔다. 옳다구나 싶어 그 글에 좋아요를 눌렀는데 며칠 후 '불필요하게 불편'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그 글을 올린 사람이 질책을 받았고 게시글이 삭제됐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결국 어제 한 글을 보게 되었다. 해당 커뮤니티에서 그랜드 세이코 마니아로 유명했던 한 회원이 '이런 시국이라 망설였지만 회원님들의 응원으로 활동 재개합니다'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수십 점에 달하는 일본산 시계의 사진을 올린 것이다. 그 회원은 자기처럼 일본 시계 마니아라는 또 다른 회원을 만나서 서로의 시계를 차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진 모양이었다. 자기가 만났던 그분이 최근에 구매한 그랜드 세이코 한정판을 가지고 나왔는데 이게 정말 이뻤다며 이른바 '지린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었다. 이것들이 정말 일제 시대에 태어나 어느 날 영문도 모르고 체포되어 종로 경찰서로 끌려가서 의자에 묶여 제대로 지려봐야 정신을 차리려나라고 생각하며 스크롤을 내렸는데 순간 휴대폰 화면에서 빛이 발산됐다. 화면 가득 필자가 감탄했다는 시계의 사진이 나타났는데 정말 이 시계만큼 영롱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시계가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은 완벽하게 유광으로 가공되어 흠잡을 데가 없었고 칼처럼 날카롭고 뾰족한 시침과 분침은 꺼내서 던지면 그대로 벽에 박힐 정도로 잘 다듬어져 있었다. 다이얼의 색감은 바라보면 볼수록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격이 얼만지와 내 비상금 잔고를 떠올렸지만 바로 그 순간, ‘아. 내가 또 일본 전범 기업의 시계를 보며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자책했다. 그러다 또 ‘아니 이거 하나 산다고 뭐 대세에 지장을 주겠냐’고 자기 합리화를 해보았지만, 다시 ‘그러면 안되지, 원래도 안되는데 심지어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인데 전범 기업의 시계를 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 내가 과연 저들에게 종로 경찰서 운운하며 욕을 할 수 있는 처지인가, 잠시나마 내 삶의 기둥이었던 예수는 너희 중 죄 없는 자만 돌을 던지라고 했는데 과연 난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혼자 이쪽 편과 저쪽 편에 번갈아 서가며 각자를 변호하다가 문득 배심원이나 판사 자리에 서서 양쪽을 동시에 비판하기도 하면서 법정 놀이를 하다가 곧 늘 내리던 결론에 도달한 뒤 앱을 끄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살면서 종종 이런 생각에 빠지지만 결국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스스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 선택을 좀 더 견고히 다지기 위해 이런 시간을 갖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몇 번이고 의식했지만, 그 무엇보다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다는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내 기준에선 이 고민의 양 끝에 같은 무게의 추가 올려져 있지 않았다. 저울의 한쪽에는 어쩌다 보니 그 시절에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차마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한을 안고 맥없이 스러져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억울한 죽음이 올려져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운 좋게 이 시절의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의 개인적이고 사소한 욕심 정도가 올려져 있었다. 그 차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둘의 간극이 조금이라도 메워지려면 어느 한쪽의 무게가 극적으로 가벼워지거나 무거워져야 하는데 개인의 사소한 욕망이 그 정도 수준으로 무거워지기는 힘들 것 같으니 저울을 움직이려면 반대쪽이 가벼워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내 살아생전에 우리나라와 일본이 서로 가슴 깊이 공감하는, 그래서 양 쪽의 저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덧나고 있는 상처를 단숨에 아물게 만들 수 있는 그런 화해가 이루어지진 않을 것 같다. 물론 이미 수 차례 사과했고 배상금도 10억 정도 건네줬으니 다 끝난 일이 아닌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겠다. 다만 국제 사회의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할 수 있으니 말을 조금 덧붙이겠다. 첫 번째로 말하고 싶은 건 수많은 사람을 비인간적으로 학대하고 살해한 사람이 사과 두어 번하고 돈 푼 좀 건네줬다고 피해자에게 다시는 이 일을 들먹이지 말라고 요구하는 게 도덕적으로 올바르냐는 것이다. 두 번째로 말하고 싶은 건, 말로는 이미 사과한 일이라고 둘러대면서 정작 뒤로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런 역사를 똑바로 가르치지 않으려고 교과서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 형식적으로나마 사과를 하게 만든 끔찍하고 참혹한 사건을 일으켰던 장본인들을 신사에 모아놓고 나라의 영웅 대접을 하면서 매번 지도자란 사람이 참배를 하고 앉아있는데,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가 그들이 진정 반성했고 그 결과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당시 그들의 정신을 상징하는 전범기인 욱일기를 보란 듯이 자위대의 상징으로 채택한 것도 모자라 그 자체로 세계 평화의 의미가 듬뿍 담긴 올림픽 때도 부끄럼 없이 흔들겠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그들이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사과를 한 것이라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그러니 내가 살아생전에 그랜드 세이코를 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난 시계 커뮤니티의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시계는 더 이상 필수품이 아닌데 그런 영역에서조차 일본 제품을 포기 못한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면 네가 쓰는 휴대폰에도 일본 부품이 들어있으니 휴대폰을 쓰지 말라거나, 직장이 롯데면 불매 운동 차원에서 하루빨리 퇴사하라거나, 롯데 건설에서 지은 집에서 살고 있으면 집을 팔고 나오라거나, 롯데 땅값을 낮추기 위해 잠실 유동 인구를 줄이는 차원에서 잠실 근처에는 가지 말라는 사람들이 있다. 일단 사치품과 필수품 혹은 사치품과 생업을 대등한 관계에 올려놓고 바라보는 것부터가 논리적이지 않다. 또한 완벽하게 하지 못할 거면 아예 시작을 하지 말라는 패배주의적 언행(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물지 못할 거면 짖지도 말라는 거잖아?)이기도 한 것 같아서 굳이 귀담아듣거나 대꾸하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그럼에도 그랜드 세이코를 딱 보는 순간 이쁘다는 생각이 드는 걸 막을 길은 없다. 뇌에서 감각은 느낀 바를 그대로 처리하면 되지만 이성적 판단은 여러 조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처리해야 하는 거니 이쁜 건 우선 이쁘다고 느낄 수밖에 없나 보다. 그런 의미에서 그랜드 세이코는 정말 이쁘고 매력적인 시계 브랜드다. 그렇지만 이번 생에는 너네가 정말 매력적인 시계 브랜드란 걸 인정하는 단계에서 멈추게 될 것 같다. 구매까지 나아가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부디 다음 세상에서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길 바란다. 이왕이면 너네가 내 국적을 따라왔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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