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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nugeun Feb 11. 2021

만화 페르세 폴리스 독서록

تخت جمشید (페르세 폴리스의 페르시아어)

인상적인 표지 

페르세 폴리스란?


‘이란 남부의 파르스 (페르시스) 지방에 위치한 고대 도시 유적.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의 수도로, 다리우스 1세 시대인 기원전 518년부터 조영되어 그 후 계속 궁전들이 들어서고 온갖 보물들이 쌓여 부귀영화를 자랑했다. 그러나 아케메네스 왕조를 무너뜨린 알렉산드로스 3세가 이곳을 점령한 뒤 방화로 파괴하였다. 이후 파르스의 중심지는 다른 곳이 되었고 페르세폴리스는 복구되지 않고 그대로 폐허로 남아 현재에 이른다. 페르세폴리스란 그리스어로 페르시아의 폴리스를 의미하며, 파르사란 곧 페르시아를 가리킨다.‘, 나무 위키 페르세 폴리스 참조



이란


책을 읽다가 아래 포스트를 발견했다. 이란의 역사가 짧고 굵게 잘 정리되어 있는 포스트다. 만화책을 읽으며 함께 읽으면 이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포스트에서 몇 가지 내용을 가져와봤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251028&memberNo=39087579&vType=VERTICAL

나는 그동안 중동=이슬람=아랍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아니었다. 이란은 중동에 위치한 이슬람 국가지만 아랍 국가에 속하진 않는다. 중동은 지역, 이슬람은 종교, 아랍은 민족이다. 


중동(middle east)은 유럽인이 붙인 지역명이라고 한다. 극동(far east)과 달리 유럽과 인접한 아시아 국가가 모인 지역을 뜻한다. 처음엔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의 이집트로 구성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확장됐다. 지금은 아프리카 북부와 북서부 해안을 접한 나라 모두와 소말리아까지 포함할 때가 있다. 여기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까지 중앙아시아 국가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그래서 지역 명을 쓸 때는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로 구별해 쓰는 것이 좋다.


이를 중동이란 모호한 지역 개념으로 뭉뚱그리는 이유엔 이들 나라가 이슬람 국가라는 요소가 작동한다. 하지만 전통적 중동국가 중에서도 비이슬람 국가가 있으니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유대교 국가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한 레바논은 국민의 40%가 기독교를 믿는다. 비중동 이슬람국도 많다. 세계 최대 이슬람국인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 있다.


아랍은 민족 개념이다. 인종적으로는 서남아시아의 셈족과 북아프리카의 헴족으로 구성되는 사람들 중에 아랍어를 사용하고 아랍족을 자처하는 문화적으로 확장된 민족 개념이다. 그래서 모호하다. 보통 아랍연맹에 가입한 22개 이슬람 국가를 아랍국으로 간주한다. 북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일대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 이슬람 국가 중에서 아랍연맹에 들지 않은 큰 나라가 둘이나 있다. 터키와 이란이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세운 투르크족이 대다수인 터키는 8000만 명의 인구와 7853만 ha의 영토를 자랑한다. 이란어를 쓰고 이란 민족이 대다수를 구성하는 이란은 서남아시아 최대 인구(8300만 명)와 두 번째 큰 영토(1억 7451만 ha)를 자랑한다. 최대 영토국은 사우디 아라비아(2억 1500만 ha)이지만 인구가 2800만 명밖에 안된다. 사우디가 아랍의 맹주는 될 수 있어도 중동이나 이슬람의 맹주가 되기 어려운 이유다.


사실 터키와 이란은 아랍에 비해 유럽에 더 가깝다. 터키는 지리적으로 유럽에 가까운 데다 1922년 술탄제를 폐지하고 초대 대통령이 된 케말 파샤(1881~1938) 이후 유럽화(세속화)에 주력해왔다. 역사적 뿌리를 살펴보면 이란은 유럽에 더 가깝다. 무엇보다 서양 대다수 민족과 같은 인도 유럽어족에 속한다. 그래서 어순도 서양 언어와 같은 ‘주어+술어+목적어’로 이뤄진다. 이란이라는 국호 자체가 이들 어족의 공통조상인 아리안을 뜻한다. 터키의 투르크족이 13세기 말 중앙아시아에서 건너온 이주 민족으로 한국어와 같은 알타이어계 언어를 쓴다는 점에서 이런 차이점은 더욱 뚜렷해진다.


이란은 가장 오래된 문명을 세운 민족의 하나다. 기원전 6세기 세워진 페르시아 제국 이전에 메디아 왕조(기원전 728~550)가 있었고 로마제국에 맞섰던 파르티아(기원전 247~기원후 224)와 사산조 페르시아(226~651)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페르시아 제국과 사산조 페르시아 시절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삼았다. 기원전 7세기 자라투스트라(그리스어로 조로아스터)가 세운 이 종교는 유일신(아후라 마즈다) 신앙과 선과 악, 빛과 어둠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인류에게 각인시키며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만화 페르세 폴리스

지금 보니 1권과 2권의 역자가 다른데 읽을 때는 몰랐다


이란의 고대 도시 유적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만화, '페르세 폴리스'는 ‘마르잔 사트라피’라는 이란 작가가 글뿐 아니라 그림까지 직접 그린 만화 자서전이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이란에서 태어난 저자가 점차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로 변해가는 조국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느꼈던 바를 독특하면서 강렬한 분위기의 그림체로 완성시켰다. 



특히 사회의 변화에 따른 주변 인물들(가족, 친척, 친구)의 변화가 육체적, 정신적 성장기에 놓인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작가와 그런 작가를 키우고 지켜낸 가족


페르세 폴리스의 저자 마르잔 사트라피


만화책에서는 아주 대담한 성격의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일화가 몇 번 등장한다. 그런데 사실 아무리 타고난 성정이 대담하더라도 아직 어린아이가 종교에 바탕을 둔 사상이 국가를 지배함에 따라 극도로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사회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힘들었을 텐데, 그런 작가의 성품과 사상을 작가의 가족들이 고군분투하며 지켜낸다. 물론 그들의 행동이 꼭 아이를 지키기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들 스스로도 변해가는 사회에 순응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그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기도 했다. 작가의 부모님이 어떤 성향인지 아주 잘 드러내는 사례를 하나 들고 와봤다. 


무엇이든 실제로 겪어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딸이 어떤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너와 그 사람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진정으로 깨우쳐 주기 위해 이혼을 염두에 두고 그 남자와의 결혼을 허락하고 축하해 줄 수 있을까? 그 정도 수준의 일에서도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하겠다고 실제로 경험하게 놔둘 수 있을까? 난 어려울 것 같은데 이 작가의 아버지는 그걸 실행에 옮겼다. 심지어 당시의 이란은 여자 쪽에서는 어떤 사유로도 결혼을 파기할 수 없는 나라였기 때문에(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더 심해졌겠지) 작가의 아버지는 결혼하기 전 예비 사위에게 혹 내 딸이 결혼 생활을 그만두고 싶어 하면 미련 없이 이혼해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한다. 결국 작가는 아빠가 예상한 대로 남편과 이혼한다. 이런 방법이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일화를 통해 작가의 부모님의 어떤 성향인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지금 생각해보니 아직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싶었음에도 장인어른의 부탁과 여자의 요청에 순순히 이혼해 준 작가의 전 남편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보호해 준 사람들이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기에 작가는 자신의 자유로운 영혼이 짓밟히는 것을 피할 수 있었고 이런 책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이란을 조금 더 깊이 알게 되다


만화를 읽고 난 뒤 이란의 사람들이 어떤 연유로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그 결과 지금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 모두가 근본주의로 변해가는 사회에 순응하진 않았으며 누군가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어렸을 때 읽었던 이원복의 먼 나라 이웃나라가 생각났다. 어린 나의 머릿속에 해외 여러 나라의 이미지를 강력하게 심어주었던 만화책인데 어찌나 강력했는지 대학교 때 배낭여행을 떠날 때도 내가 방문할 나라에 대한 기대가 그 이미지에 좌우되었던 것 같다. 먼 나라 이웃나라가 한 나라의 전체를 큰 시야에서 넓게 조망했다면 이 책은 그 나라에서 직접 호흡하며 살았던 이가 자신의 시야에서 아주 깊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묘사한 책이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텐데 이란의 경우엔 늘 뉴스를 통해서 국제 사회 관점에서의 소식만 접해왔던 터라 이렇게 좁고 깊은 시야에서 이란을 전해주는 책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 난 이 책을 빌려 읽었다. 읽고 나니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자녀들에게도 읽히고 싶어서 하나 사놓았다. 무엇이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알려주고 빌려주신 직장 선배에게 감사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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