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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nugeun Feb 02. 2021

노모스 552 아호이 아틀란틱 40

NOMOS 552 Ahoi Atlantik

2019년 2월에 아래 사진의 IWC 포르토피노를 넘기고 데려왔다가 2019년 9월에 보내줬다.


시계 스펙

노모스는 독일 태생 브랜드로 1990년에 설립돼 벌써 업력이 30년이 넘어가지만, 100년이 넘어가는 브랜드가 즐비한 시계 업계에선 아직도 신생 브랜드의 느낌이다. 


다이얼 크기: 40.3mm

러그 투 러그(lug to lug): 52mm

두께: 10.6mm

러그 너비: 20mm

파워리저브: 43 hrs

방수: 20 ATM


정갈하면서 귀여운 폰트가 매력적인 아름다운 다이얼


같은 독일 태생 시계 브랜드인 융한스, 스토바와 함께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통합을 기치로 내세웠던 독일의 유명 학교,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예술과 기술의 통합을 내세웠던 학교의 영향을 받은 만큼 바우하우스 디자인으로 출시되는 노모스와 융한스, 스토바의 시계들은 전부 절제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다이얼 디자인이 일품이다. 

물론 이런 아름다운 디자인 때문에 스토바와 분쟁을 겪긴 했다. 아래는 노모스보다 먼저 경험해봤던 스토바의 안테아 ks 35.5 모델이다.

딱 봐도 노모스와 아주 유사한 디자인이다. 누가 봐도 둘 중에 하나는 디자인을 베꼈다고 생각할 만한데 실제로 노모스와 스토바 사이에 디자인 분쟁이 있었다. 분쟁 조정 결과 스토바는 다이얼에 숫자를 전부 넣고(이게 오리지널 바우하우스 디자인이라고 한다) 노모스는 숫자와 바를 번갈아 넣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고 한다. 


비록 디자인 분쟁에선 졌지만, 시계 만드는 기술 자체는 훌륭했던 덕에 시계 업계에서 그랑 마스터라고 불리는 필립 듀포가 2014년에 어느 인터뷰에서 “1만 달러 이하의 시계를 추천한다면 어떤 시계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노모스라고 답할 만큼 제대로 된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참고). 



자사 무브먼트 + 투명 케이스 백


노모스에서 나오는 모든 시계는 자사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나온다. 

이 정도 가격대의 브랜드에서 모든 시계에 자사 무브먼트를 넣는 브랜드는 흔치 않다. 디자인 분쟁에서 이긴 스토바도 무브먼트는 다른 회사에서 사 와서 넣는다. 저 위 사진의 안테아는 푸조(peseux)라는 회사에서 만든 7001 수동 무브먼트가 탑재돼있었다. 


물론 노모스에서 만든 무브먼트가 엄청나게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퍼페츄얼 캘린더나 미닛 리피터 같은 복잡한 기능이 들어가거나 이른바 울트라 씬이라고 부르는 피아제처럼 극도로 얇지도 않다. 그렇다고 파워리저브가 특별히 길지도 않고. 시간 오차도 노모스 전에 차고 다녔던 IWC 포르토피노가 더 적었다. IWC 포르토피노에는 자사 무브먼트가 아니라 ETA 무브먼트가 들어갔는데도 말이다. 이 때문에 자사 무브먼트에 대한 환상이 조금 깨지기도 했다. 물론 이 사실은 개나 소나 다 사용하는 ETA 무브먼트의 시간 오차를 극소화시킨 IWC의 기술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겠지(내 뽑기운이 좋았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노모스의 무브먼트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오차도 IWC 보다 못했을 뿐이지 나쁘지 않았다. 사실 한 달 오차가 거의 0에 가까웠던 IWC가 괴물 같은 수준이긴 했다. 남의 도움 없이 쓸만한 무브먼트를 만들어 낸다는 것과 무브먼트 개발 기술을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의가 있다. 적당히 시간이 맞으면서 적당히 얇고, 적당히 데코레이션을 넣어 적당히 보는 재미가 있는, 심플한 다이얼 디자인처럼 부담 없이 사용하기에 적당한 무브먼트다.  



어떤 복장에도 가능


다이얼 색상이 아틀란틱 블루(라고 노모스에서 얘기하지만 검정에 파랑을 아주 살짝 첨가한 느낌의 완전 딥딥딥 블루다)이고 러그 너비가 범용적인 20mm라서 스트랩 소화력이 좋다. 가죽 줄뿐 아니라 나일론 스트랩이나 페를론 스트랩까지 잘 어울렸다. 찰떡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카키색 나토 스트랩도 봐줄 만은 했고. 덕분에 정장이나 캐주얼은 물론 운동복에도 잘 어울렸다. 

사진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20 ATM에 달하는 방수 성능을 갖춘 다이버 시계라서 물도 두렵지 않았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 전에 방문했던 괌에선 호텔 수영장은 물론 바다에도 차고 들어갔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무 이상 없었다. 들어갔다 나와서 깨끗한 물로 세척만 좀 해줬을 뿐.



러그 길이를 좀 줄여줬으면…


노모스는 전체적으로 러그 길이를 왜 이렇게 길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나만 불편한 걸까. 다이얼도 별로 크지 않고 두께도 얇은 편인데 러그 길이가 너무 길어서 손목 너비를 넘어가는 바람에 착용감이 좋지 않았다. 스트랩 끝과 다이얼 사이에 공간이 너무 벌어져서 미학적으로도 별로였다.



다음엔 좀 더 작은 흰색으로


러그 길이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다이얼 디자인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한 번 더 차보고 싶다. 다음엔 좀 더 작으면서 다이얼이 흰색인 모델로 고려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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