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은빛 감옥: 뜻밖의 날갯짓

​Ⅲ부 : 드디어 세상으로 — “태양과 바람의 첫 번째 초대”

by 산 사람


​조아는 숨을 멈췄다. 거미의 여덟 개 눈이 자신을 훑는 냉기가 온몸에 소름으로 돋아났다. 거미가 입을 벌려 치명적인 이빨을 조아의 가슴 근육에 박으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쉬이 이잉—!


​공기를 찢는 듯한 날카롭고 육중한 파동이 숲을 갈랐다. 꿀벌의 날갯짓과는 차원이 다른, 마치 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치는 듯한 맹렬한 진동이었다.


털썩!


​갑작스러운 충격에 거미줄이 거문고 줄처럼 팽팽하게 튕겨 나갔다. 조아의 몸을 옥죄던 은빛 실들이 순식간에 끊어지며 조아는 허공으로 툭 떨어졌다. 정신없이 날개를 파닥여 중심을 잡은 조아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것은 벌처럼 생겼지만, 훨씬 크고 잿빛과 갈색이 섞인 오묘한 날개를 가진 존재였다. 녀석은 조아 앞에 멈춰 서서 날개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초당 80번이 넘는 속도로—내저으며 허공에 정지해 있었다. 꼬리 끝에는 털뭉치가 달려 있어 마치 작은 새 같기도 했다.


​“이… 이게 대체 뭐야?”


​조아가 넋을 잃고 바라보는 사이, 거미는 자신의 집을 망가뜨린 거대한 침입자를 향해 위협적으로 다리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 신비로운 생명체는 기다란 입(흡관)을 칼처럼 휘둘러 남은 거미줄을 가볍게 끊어버리더니, 거미를 향해 “쉬이이익!” 하고 날카로운 경고음을 냈다. 압도적인 속도와 크기에 겁을 먹은 거미는 덤불 속으로 허겁지겁 도망쳐 버렸다.


​“조아! 조아, 어디 있어!”


​그때, 조아를 찾아 덤불을 헤치고 들어온 벨라와 친구들이 얼어붙은 채 멈춰 섰다. 그들 역시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날개 달린 괴물’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와, 저건 벌이야, 새야? 아니면… 숲의 요정인가?”


​미나가 감탄사를 내뱉으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신비로운 생명체는 긴 입을 제비꽃의 꿀샘에 깊숙이 꽂아 넣더니, 고개를 돌려 작은 꿀벌들을 바라보았다.


​“안녕, 꼬마 항해사들. 방금 그 끈적거리는 덫에 걸린 건 너였니?”


​그의 목소리는 숲의 바람 소리처럼 낮고 울림이 컸다. 조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 감사합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꿀벌은 아닌 것 같은데, 우리처럼 꿀을 드시네요.”


​그는 공중에서 가볍게 원을 그리며 우아한 비행 실력을 뽐냈다.


​“나는 벌꼬리박각시라고 해. 사람들은 나를 ‘벌새나방’이라고 부르기도 하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개를 빨리 쳐서 공중에 가만히 떠 있을 수 있지. 너희처럼 꽃의 마음을 읽는 존재들을 좋아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단다.”


​벨라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박각시님, 당신 날개는 어떻게 그렇게 빨라요? 우리보다 훨씬 큰데도 꽃 앞에서 가만히 멈춰 서 있을 수 있다니요!”


​벌꼬리박각시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이건 ‘호버링’이라는 기술이야. 우리는 날개를 앞뒤로 휘둘러서 너희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힘을 만들어내지. 하지만 나도 너희가 부러운걸? 너희는 그 작은 몸으로 온 가족을 위해 꽃가루를 뭉쳐가는 강인한 마음을 가졌잖아. 너희 덕분에 꽃들이 번성하고 씨앗을 퍼뜨릴 수 있는 거야.”


​조아는 자신의 뒷다리에 아직 붙어 있는 꽃가루 경단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단백질 덩어리가 될 뻔했던 공포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이 신비로운 존재와의 기적 같은 우정이 채워졌다.


​“박각시님, 혹시 우리 벌집 근처까지 같이 가주실 수 있나요? 알리다 선생님께 당신을 꼭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벌꼬리박각시는 장난스럽게 날개를 한번 흔들었다.


​“좋아! 하지만 내 속도를 따라오려면 날개 근육 좀 꽤나 써야 할걸? 나는 밤에 주로 활동해서 밤눈도 밝지만, 낮 비행도 문제없지!”


​조아와 친구들은 서로의 눈을 맞추며 힘차게 지면을 박차 올랐다. 초봄의 푸른 하늘 위로, 신비로운 잿빛 박각시와 다섯 마리의 노란 꼬마 벌들이 나란히 줄을 지어 날기 시작했다. 그것은 숲의 역사상 유례없는, 종을 초월한 항해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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