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노을빛 아래 맺은 약속: 숲의 특별한 손님

​Ⅲ부 : 드디어 세상으로 — “태양과 바람의 첫 번째 초대”

by 산 사람


​벌집 어귀는 평소보다 훨씬 북적거렸다.


"아직 안 왔대?", "해지기 직전인데 어쩌면 좋아."


일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숲 쪽을 바라보았다. 알리다 선생님도 평소의 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안절부절못하며 날개를 떨고 있었다.

​그때였다. 숲 저편에서 "부우웅—" 하는 낮고 웅장한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듣던 말벌의 위협적인 소리가 아니라, 커다란 악기가 울리는 듯한 기분 좋은 진동이었다.


​"어머, 저게 뭐야?"


​벌들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노을을 등지고 나타난 것은, 꿀벌보다 서너 배는 큰 몸집에 잿빛 날개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젓고 있는 신비로운 존재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조아와 친구들이 마치 호위를 받는 공주들처럼 나란히 날아오고 있었다.


​"선생님! 저 왔어요!"


​조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알리다 앞에 내려앉았다. 조아의 뒷다리에는 예쁜 노란색 꽃가루 경단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알리다는 안도감에 울컥했지만, 곧이어 조아 뒤에 멈춰 선 거대한 손님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아, 이분은… 누구시니?"


​거대한 날갯짓으로 허공에 가만히 멈춰 서 있던 손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용감한 일벌들의 스승님. 저는 숲의 떠돌이, 벌꼬리박각시라고 합니다. 겁먹지 마세요. 전 침도 없고 싸움을 좋아하지도 않는 평화주의자입니다."


​박각시는 알리다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긴 입을 도르르 말아 올리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알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박각시라고요?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뵙는 건 처음이군요. 우리 조아를 도와주셨다면서요?"


​"별말씀을요. 우린 사실 사촌이나 다름없는 사이잖아요."


​박각시는 공중에서 우아하게 한 바퀴 돌며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저는 나방의 일종이지만, 해가 쨍쨍한 낮부터 은은한 달빛이 비치는 밤까지 가리지 않고 활동합니다. 그래서 어떤 벌들은 저를 '낮에도 날아다니는 새'로 착각하기도 하죠. 저는 꿀벌들처럼 꽃가루를 바구니에 담지는 못하지만, 제 몸에 돋은 보송보송한 털에 꽃가루를 묻혀 이 꽃 저 꽃으로 옮겨줍니다. 꽃들 입장에서는 저나 여러분이나 고마운 친구들이지요."


​알리다와 주변의 벌들은 박각시의 친절한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박각시는 꼬리 끝에 달린 털을 살랑거리며 말을 덧붙였다.


​"보세요, 이 꼬리가 새 같아서 다들 벌새라고 부르기도 해요. 날개를 아주 빠르게 앞뒤로 저어서 공중에 딱 멈춰 설 수도 있고요. 전 이 기술로 좁은 틈에 핀 꽃들의 꿀도 쏙쏙 잘 찾아 먹는답니다. 오늘 조아를 구한 건, 이 아이의 날갯짓에서 꽃을 향한 진심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거미줄에 걸린 채로도 끝까지 꽃가루를 놓지 않더군요."


​알리다는 조아의 엉망이 된 날개와 대견한 꽃가루를 보며 코끝이 찡해졌다.


​"박각시님, 우리 아이를 지켜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벌집의 문은 당신에게 언제든 열려 있을 겁니다."


​"고마워요, 스승님. 하지만 전 숲의 바람을 따라 계속 여행하는 체질이라서요. 조아! 나중에 깊은 밤에 길을 잃거나 맛있는 꿀꽃이 어디 있는지 궁금해지면 언제든 내 진동을 불러줘. 내가 밤의 항로를 알려줄게!"


​박각시는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노을 속으로 사라졌다. 벌집 입구에는 한참 동안 박각시가 남긴 기분 좋은 진동이 감돌았다.


​알리다는 조아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안았다.


​"조아, 오늘 고생 많았다. 네가 가져온 이 노란 꽃가루는 우리 벌집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될 거야. 그리고… 숲에 멋진 친구를 사귄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


​조아는 비로소 긴장이 풀려 벨라와 친구들 품에 폭 안겼다. 오늘 조아는 무서운 거미줄을 만났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크고 따뜻한 숲의 우정을 배웠다. 벌집 안으로 들어가는 조아의 마음속엔 내일 또 만날 숲의 풍경들이 무지개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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