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다 간 빛

[다시한번]

by 산 사람


내 인생에도

신이 잠시 머물다 간 시간이 있었을까


아마도

햇빛이 장독대 뚜껑 위에 내려앉던 오후였을지도


혹은

바람이 내 이름을 부르며 골목 끝을 돌아오던 순간이었을지도


그때 나는

그저 빨래를 걷고 있었거나


아니면

마른 고추를 뒤집고 있었을 지도


만약

지금이라도 신이 머무는 시간이 다시 온다면


아무 말없이

내 안의 의자를 내어줄 것이다


신이 앉아 가만히

나를 바라볼 수 있도록.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