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내게 벽을 주시었다
그 너머에 있는 꽃동산을 생각케 하고
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 同志들을 상상하게 하고
그 너머의 宇宙를 품을 수 있는 벽을 주시었다
벽 하나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인
그럭저럭 견딜만한 生을 주셨다
시간이 흐르고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내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때쯤에
나를 지키고 섰던 벽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핏빛 장미이었다가
또 어떤 때는 보랏빛 창포이었다가
창포가 다시 한 다발 프리지어가 될 때까지
잠자코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하늘은 내게 꿈꿀 수 있는 자유와
절망을 알기 전까지의 유예된 시간과
그리고 마침내 포기와 단념까지도 함께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