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는 줄 알면서도
너를 만나러 가듯 길을 나섰다
책방 앞
초록이 펼쳐진 공원
여름이 가신 자리
구름이 흐르고
바람은 기어이 눈물을 떨구네
성문 안
그날을 그립게 하는
원목의 나무 향내
책상에 손을 얹고
온기를 기다리며
너를 생각한다
서로 기대어 있는 저 책들도 밀어를 주고받을까
저렇게 가까이서 살을 맞대고 있으면
그러면 마음이 온전히 전해질까
말해버리고 말 것을
붙잡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가을에
떠나는 것들로만 가득한 가을에
나는 너를 만나러 가듯 이곳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