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무심히 피었는 꽃송이 곁에서
한참을 멈추었다, 떠난다
바람결에 겨우 듣기는 향내 폭폭 눌러 담고
긴 모가지 톡 끊어 침실 화병에 옮겨 담고 싶은 마음
푹푹 누르고는
보드라운 꽃잎 닿을 듯 말 듯 스쳐 돌아서니
창백한
비명소리
거두어 가시라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거두어 가시라
따사로운 눈빛도
주저하는 마음도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모두 다 거두어 가시라
그리하여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하는 그의 곁에
그리움과 미련 맴돌게 놓아두고
나는 발걸음만 재촉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