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야 과외비 받은 날 학교 앞 오봉분식 반숙 후라이 얹은 김치볶음밥이 최고의 만찬이던 그 청춘에
엄마보다 엄마 같던 친구가 데리고 가서 사준 명동 칼국수 집 칼국수에는
육즙이 가득한 내 주먹만 한 만두가 들어있었다
친구는 굳이 만두를 숟가락에 얹어 내 그릇 안으로 밀어 넣어주었고
마다하지 않은 나는 국물도 남기지 않고 공깃밥까지 싹싹 비웠다
미술관 테라스에서 이 다섯 줄을 쓰고 눈물 줄줄 흘리며 먼 하늘 볼뿐
다음 문장을 잇지 못할 만큼
이십 년 동안 두고두고 내 배를 채워준 그 친구가
광안대교 옆 미래도시 같은 용호동에서
샐러드와 파스타를 사주었다.
아이 키우느라 만나지 못한 세월을 이야기하며
먹다가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는 중에
너는 왜 먹지 않느냐고 묻기는 했으나
친구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 있었다
친구에게 밥 살 날만 손꼽으며
겨우겨우 살았는데
아직 아닌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친구가 계산을 해 두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