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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Oct 21. 2022

김어준과 홍사훈과 변상욱

잠자리에서 책 읽는 애들 깨지 않게

현관문 열고

살금 들어와

샤워하러

옷 벗고

거울 앞에 서니

무언가 아쉬워

견고한 냉장고 열어젖히고

거친 남자처럼 한 손으로 가는 병 목을 움켜쥔 채

깨지기 쉬운 글라스에 핏빛 와인을 콸콸 쏟아붓고

속이야 문드러졌든

한쪽으로 고개 젖혀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는 느낌을 즐기며

세상에 없을 유혹적인 눈으로

거울 속 여자를 응시하고

희지 않아 더 좋은 커피색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한 모금 와인을 입에 넣으면서도

눈을 피하지 않는

이 순간에도


브런치를 즐기려는 변태가


진해에 있다.


마침표는 궁서체



속을 가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여자가

김어준을 잠깐 불렀다가

이럴 때가 아니라며

셔츠 입고 소매 걷은  홍사훈과

빈틈없이 슈트 입은 변상욱을 함께 보고 싶다고

분할화면으로 두 남자를 불렀다.


마침표는 궁서체


하필이면 곧 최초 공개가 시작된다는데 이백삼십삼 회

당장에라도 들어올 수 있는데.

들어오기만 하면 되는데.

품위유지의 의무에 어긋나는 이 글을

감사실에서 발견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은 '일'도 없이

평소에는 막아두는 핸드폰 카메라 렌즈를

오늘은 막지도 않고

너머에 아무도 없을 것을 알지만

몸을 더 베베 꼬아봄.



마침표는 궁서체



창원 중앙대로 씨씨티비 앞에 혼자 앉아 술 마시던 이십 대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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