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서 책 읽는 애들 깨지 않게
현관문 열고
살금 들어와
샤워하러
옷 벗고
거울 앞에 서니
무언가 아쉬워
견고한 냉장고 열어젖히고
거친 남자처럼 한 손으로 가는 병 목을 움켜쥔 채
깨지기 쉬운 글라스에 핏빛 와인을 콸콸 쏟아붓고
속이야 문드러졌든
한쪽으로 고개 젖혀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는 느낌을 즐기며
세상에 없을 유혹적인 눈으로
거울 속 여자를 응시하고
희지 않아 더 좋은 커피색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한 모금 와인을 입에 넣으면서도
눈을 피하지 않는
이 순간에도
브런치를 즐기려는 변태가
진해에 있다.
마침표는 궁서체
속을 가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여자가
김어준을 잠깐 불렀다가
이럴 때가 아니라며
셔츠 입고 소매 걷은 홍사훈과
빈틈없이 슈트 입은 변상욱을 함께 보고 싶다고
분할화면으로 두 남자를 불렀다.
마침표는 궁서체
하필이면 곧 최초 공개가 시작된다는데 이백삼십삼 회
당장에라도 들어올 수 있는데.
들어오기만 하면 되는데.
품위유지의 의무에 어긋나는 이 글을
감사실에서 발견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은 '일'도 없이
평소에는 막아두는 핸드폰 카메라 렌즈를
오늘은 막지도 않고
너머에 아무도 없을 것을 알지만
몸을 더 베베 꼬아봄.
마침표는 궁서체
창원 중앙대로 씨씨티비 앞에 혼자 앉아 술 마시던 이십 대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