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썩기 전에
씻어 김치냉장고에 넣어둔 생밤을
하나하나 꺼내어 깎아 먹는 재미에
하루를 보내는데
달콤하고 아삭한 속을 생각하며
칼로 나눈 그 배 안에
애벌레 한 마리가
몸을 둥글려 들어있더라
내 안에 들어앉아 있는 것이 무엇이든
자리하나 내어주면
그걸로 숭고한 것 아닌가
반반한 껍데기 집어 들자
속 비어 가볍고
굳이 배 가르자
문드러진 속에
눈물범벅된 얼굴 마주한
그날
여자가 그랬다,
자기 연민에 빠진 글처럼 지루한 것은 없다고
푸릇한 애벌레에 자리는 내어 줬으나
그래도 아직 뽀얀 속살 더 많은 그 밤처럼 그 여자
근근이 연장해가는 생이 아닌가 하고
그 밤
의
그 여자 처럼
그 여자
는
그 밤처럼
그 밤
에
그 여자,
그 여자
그 밤처럼
그 밤
그 밤처럼
그 밤
그러나,
그래도,
살아는 있으니
이 생이나
그 밤이나
나
나
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