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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Oct 21. 2022

더 썩기 전에

씻어 김치냉장고에 넣어둔 생밤을

하나하나 꺼내어 깎아 먹는 재미에

하루를 보내는데

달콤하고 아삭한 속을 생각하며

칼로 나눈 그 배 안에

애벌레 한 마리가

몸을 둥글려  들어있더라


내 안에 들어앉아 있는 것이 무엇이든

자리하나 내어주면

그걸로 숭고한 것 아닌가


반반한 껍데기 집어 들자

속 비어 가볍고

굳이 배 가르자

문드러진 속에

눈물범벅된 얼굴 마주한

그날


여자가 그랬다,

자기 연민에 빠진 글처럼 지루한 것은 없다고


푸릇한 애벌레에 자리는 내어 줬으나

그래도 아직 뽀얀 속살 더 많은 그 밤처럼 그 여자

근근이 연장해가는 생이 아닌가 하고

그 밤

그 여자 처럼

여자

그 밤처럼

그 여자,

그 여자

그 밤처럼

그 밤

그 밤처럼

그 밤


그러나,

그래도,

살아는 있으니

이 생이나

그 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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