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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Sep 12. 2022

달이

시골집_

이라고 할 수도 없고

창고에 달린 방_

이라고도 할 수 없는

空間


열 평 짓 전기판넬이 들고일어나

밟을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바닥

이 문제인 줄은 알았는데


매트리스 없는 침대 프레임

깔아놓은 요가 얇아

우리 아부지 허리

가 아픈 줄 알았는데


부목이 부서져

푸욱푹 꺼지는 상판에 농사일하는 일흔 몸

뉘어오셨다는 것

을 안 것이


백 년에 가장 둥근달이 뜬다는 날

밤이었다 그리고

달이

꺼억꺽

넘어가는 소리를


뱉어내기도 부끄러운 그 소리를

들었다


화장실

차가운 타일에 기대어

달이 소리 없이 넘어가기를

기다리다


차갑게 굳은 몸

望父石 되어버린 여자에게 왜 돌이 되었냐 물었더니

유구하나

무언이라고


달이

달이

할 말이

달이 없다고


달이 꺼억꺽 넘어가는 게 아니라고

푸욱푹 패인 크레이터를 보며


평생 달고 다닌

돌덩이 하나 서걱서걱 씹히던 그 꿈이

여기서 만들어졌구나 하고


달이 할 말도 없다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便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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