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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Sep 06. 2022

추도

태풍 오는 날 나무들의 틈에 서는 것

안간힘 쓰고 있을 뿌리를 생각하는 것

세차게 흔들리는 가지를 보는 것

자궁으로 돌아가는 잎을 보는 것

결국은 뿌리를 드러내고 누워버린 한 생을 보는 것

우뚝한 생에 미련이 없어 보이는 것

고단함이 쉴 수 있게 된 것

더 이상 휘청이지 않고 평온해 보이는 것

서서히  잠들어가는 나무를 바라보는 것

그 곁을 맴도는 새 한 마리를 보는 것

수고했다 애썼다 마음으로 만져주는 것

여전히 세찬 바람 불어오는 소리를 듣는 것

물소리 가까이서 목을 축일 수 있게 다는 것

더는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는 너를 기억하겠다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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