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오는 날 나무들의 틈에 서는 것
안간힘 쓰고 있을 뿌리를 생각하는 것
세차게 흔들리는 가지를 보는 것
자궁으로 돌아가는 잎을 보는 것
결국은 뿌리를 드러내고 누워버린 한 생을 보는 것
우뚝한 생에 미련이 없어 보이는 것
고단함이 쉴 수 있게 된 것
더 이상 휘청이지 않고 평온해 보이는 것
서서히 잠들어가는 나무를 바라보는 것
그 곁을 맴도는 새 한 마리를 보는 것
수고했다 애썼다 마음으로 만져주는 것
여전히 세찬 바람 불어오는 소리를 듣는 것
물소리 가까이서 목을 축일 수 있게 된다는 것
더는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는 너를 기억하겠다는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