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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Jan 06. 2024

白紙

경남신문 속 광고 전단지 뒷면에 더하기 빼기 문제 만들어 풀고 이달학습 다달학습 동아전과 표준전과 나의 선택과 관계없이 서울 큰언니가 보고 둘째 언니가 보고 셋째 언니가 보고 나면 도착하는 무엇이든 지우개로 지워가며 문제 풀어 올백받고 나이 많은 담임선생님 초대해 마루에 큰상 차려 식사 대접하던 날이 뇌리에 박힌 나는

白紙가 허락되는 생은 어떠한 삶인지 궁금했다


누군가의 실수로 잔뜩 생긴 이면지 뭉치를 조수석에 실으며  이면지를 써야 마음 편한 것이 스스로도 白紙를 허락하지 않는 것인가 자문하고 기후위기 때문이라 자답하지만 앞에 놓인 白紙는 여전히 내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기저에 아직도 나는 白紙를 허락받지 못한 생이라 규정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다만

이제는 紙이든 아니

허락되는 모든 것이 감사임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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