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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Mar 24. 2024

제주 10: 당신,

당신,

내가 함부로 당신을 빌려서 미안해요

언제나 당신들을 만나면

늘 기다리던 당신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고

당신이 당신이 되어주기를 바라기도 하고

당신이 당신이 아닌 줄 알면서도

혼자서 당신이라고 불러보기도 하고 그럽니다


만약에 다음에 진짜의 당신이 오신다면

나를 한 번만 봐주세요

나는 지나치게 크게 웃을 것이고

나는 지나치게 탄성을 지를 것이지만

그래도 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응시해 주세요

나를 집요히 붙잡아주세요


처음에는 내가 당신의 눈에 매달리려 하겠지만

당신이 아닐 거라 생각하고 이내 피할 거예요

당신이, 내가 기다리던 당신이 정말 맞다면

열린 문으로 훌쩍 들어가 버리세요

언제나 기다리지만 나는 당신을 알아볼 수가 없어요


다시 한번 미안해요

당신을 빌려 이런 장난 같은 글을 써서 미안해요


뭔가가 밀려오는데 그게 뭔지 몰라

혹시 어디서 인가 당신이 오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행복했습니다. 기억해 주세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여전히 나의 당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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