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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Apr 05. 2024

사랑을 한 번 한 것처럼

아침 수영과 파란 하늘과 만개한 벚꽃에 알맞는

낮술과 웅장한 교향곡과 텅 빈 침대의 유혹이 있었지만

구찌 향수를 쏟아붓고

나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 분명한 그를 만나기 위해

달려왔더니

웃어서는 안 될 형벌받은 사람에 알맞는

무거운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예상치 못한 시점에 재즈바뀌어

Nat King Cole, Tis Autumn을 시작으로

Moonlight in Vermont

In a Sentimental mood

Squeeze Me

이와 같은 곡들

대낮의 주택가 골목 어두운 공간

멀지 않은 거리에서 그와 나 단둘이 이 음악

함께 듣고 있다며 

읽던 책 덮어버리고

한참을 음악에 취하고 순간에 취하고

황홀하게 감상하다

사랑을 한 번 한 것처럼

배시시 고개를 들었는데


그러면 그렇지,

그는 이어폰을 끼고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 딱 어울리는 그 상황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버린


사월오일의 오후 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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