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수영과 파란 하늘과 만개한 벚꽃에 알맞는
낮술과 웅장한 교향곡과 텅 빈 침대의 유혹이 있었지만
구찌 향수를 쏟아붓고
나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 분명한 그를 만나기 위해
달려왔더니
웃어서는 안 될 형벌받은 사람에 알맞는
무거운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예상치 못한 시점에 재즈로 바뀌어
Nat King Cole, Tis Autumn을 시작으로
Moonlight in Vermont
In a Sentimental mood
Squeeze Me
이와 같은 곡들
대낮의 주택가 골목 어두운 공간
멀지 않은 거리에서 그와 나 단둘이 이 음악
함께 듣고 있다며
읽던 책 덮어버리고
한참을 음악에 취하고 순간에 취하고
황홀하게 감상하다
사랑을 한 번 한 것처럼
배시시 고개를 들었는데
그러면 그렇지,
그는 이어폰을 끼고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 딱 어울리는 그 상황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버린
사월오일의 오후 두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