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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 asatoma Jun 13. 2024

oh My

마무리할 글이 있어 집을 나섰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근처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냉침 홍차를 한 모금한 후

노트북 펼치기 편하게 운전자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다가

의자를 밀어보았더니 끝없이 뒤로 밀리더란.

이렇게 하나의 세상이 펼쳐지는구나 싶더란.

마치 벽의 책장을 밀자 나타난 비밀 공간을 보는 느낌으로.

존재해왔으나 내가 알지 못한 세상을 엿본 느낌이 들어

괜히 가슴이 뛰다가

우연히 입고 나온 스커트가

미디길이로 몸의 실루엣을 드러내는 블루그린 광택의

탄성이 매우 우수한 소재임이 문득 반가워

상현달을 향해 발도 흔들어보고

시원한 밤공기도 쐬어주다가

오늘 립이 하필 샤넬 169번이라

혼자보기 아까운 마음에 공원 화장실에도 가보고

그러는 사이 몇 대의 차들이 들어왔다가 나가기를 반복하고

내 차가 이리 넓은 차였나 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내 다리가 이렇게 길었었나 알았지만 그냥 한 번 써보고

오늘은 글이 텄네 텄어

그간의 일정으로

밀양이라 하면 영남루밖에 몰랐는데

윤세주와 김원봉과 박차정을 알게 된 이야기와

손가락 화상을 입어 손에 붕대를 감아야 했던 이야기와

산청 간디학교엘 다녀온 이야기와

제주에 다녀온 이야기

특히 남원 큰엉과 고사리장마와 표선 앞바다 당케포구

매 순간 있지 않은 누구에게 말을 건네기는 했으나

흔적으로 남기고 싶은데 오늘은 텄네

늘 차에 두는 아이스백 속 맥주도 있고

차 내부 시크릿 박스에는 그 이름에 부합하는 것도 있는데

이 시간 이 공간이 이미

텄네

운전을 시작한 지 이십 년이 되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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