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m asatoma
Jul 05. 2024
통곡의 벽 같은 이 스피커 앞에 앉았는데
이제 우리 헤어질 때가 되었나봐
음악이 너무 좋아 어떤 곡인지 물으려 고개를 들었을 때
나의 발로나 초콜릿 라테를
한 손으로는 전화를 받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 제조하는 걸 보고는 이제 헤어질 때가 되었다 생각했어
누구의 마음이 변해서가 아니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에도 서운함을 느끼는 나를 봐버린 거지
처음부터 변할 마음 따위도 존재하지 않았던 거지만
전조가 없진 않아 휴무일인 줄 모르고 어제 찾아와서는 닫힌 문만 바라보다 돌아갔거든 한낮에
실연하는 여자처럼 앉아 자리를 뜨지 못한다
나에게서 너들을 덜어내는 시간
관계가 인간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어떠한 관계라도 本來面目을 가리게 해서는 안 되잖아
특별히 나를 아껴 그러한 것 아니어도
뒤섞이지 않은 純粹의 나를 한 번 만나야 하지 않겠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으니
거두어내고 거두어내고 童心을 찾는 것 아니고
사회적 자아라는 허상 말고
아기이기 이전의 나
세상을 만나기 이전의 나
무엇에도 훼손되기 이전의 나
'나'가 존재하지 않을 때의 '나'
이제 우리 헤어지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덧입히고
기어이 살아보겠다는 억지를 놓아보려고
그냥 그러한 대로 거기 놓여있는 대로 그대로
어떠한 기대 없이 바라볼게 바라보기만 할게
얼마나 아름다운 이별이니
나를 놓는다는 말이야
나라고 착각하고 있던 것들을 놓겠다는 말이지
自由, 자유의 상태가 불안하기는 하겠지만
自由의 자유에 곧 적응이 되겠지
안녕.
이 말을 하러 통곡의 벽을 찾았는데 마침 발로나 초콜릿라테를 한 손으로 준비하는 그를 보았을 뿐 모든 것이 오늘을 만드는구나 새삼 깨달았지 뭐야. 오늘 음악 좋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