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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솔

by Om asatoma


출신 학부와 다른 곳으로 대학원을 갔을 때 그곳 사람들이 나를 지칭하여 여시인가 야시 인가로 부른다고 누군가 전해줬는데 얼마나 기쁘던지 평생 여우와는 대척점에 있는 어느 동물의 특성으로 살아오다가 잠재된 여우를 발견해 주었다 하니 얼마나 반갑던지 아직 어디 있는지 밖으로는 나오지 못하고 안에만 있는 데 있기나 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석사 박사 배운다는 녀성들이 붙여주었으니 어디 있기는 있지 않겠나 이 밤 그 말을 전해주었던 사람이 보고 싶어서 하필 이런 밤에 때로 찾는 바닷가를 그 사람이 처음 알려주어서 예전에 있던 그 커피자판기가 아직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직 그 바다를 찾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때로 그를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뭔가 그러고 보니 그가 여시였나 나는 여신이었던 걸로 어린 날 이른 발육과 성숙으로 누나같이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흔치 않은 이름임에도 별명하나 지어 부르지 않았는데 그것이 못내 아쉽다가 뒤늦게 여시로 만들어준 그들에게 진심의 감사를 보내지만 그들보다는 그가 보고 싶어서 하려던 게 있으면 마저 하시라고 무얼 하다 헤어졌기에 이렇게 아쉬움이 오래가는지 손이라도 잡아주고 가지 뭘 그렇게 어렵게만 여기다가 바다만 알려주고 가시었네 알고 보니 초등 동창의 오빠였던 그가 한 번 나타나주면 좋겠네 여리여리한 누구에게 참 좋은 사람이었던 그가 한 번 나타나주면 좋겠네 남겨놓은 다정함을 모두 거두어가시면 좋겠네 이왕이면 내가 예쁘게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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