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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 asatoma Jul 07. 2024

누구와 함께 사는 일

대상을 만나 일어나는 마음 일곱 가지 희로애락애오욕

모두 걷어내면 궁극에 남는 것은 오직 서러움뿐이리라


망망대해 약육강식의 전장터에 버려진 유기의 기억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매달리게 되는 것이며

누구에 대한 사랑의 감정으로서 그리움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절대안전했던 태중 공간에 대한 기억에서 그리움이 나오는 것이니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보호해 줄 만한 사람을 찾아 헤매게 되어

유전적 기억에 따라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물질의 풍요가 될 수도 신체적 힘이 될 수도 정신적 보살핌이 될 수도 있으니 사람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른 것이며

자신을 보호해 줄 것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함께 살아갈 이를 선택하기에 이르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대 역시 연약하고 연약한 존재로서, 고통의 바다에 던져진 생명이라는 것

나를 지켜주기 위해 다가온 緣이 아니라

살고자 매달리려 나를 믿고 따르게 된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


서로를 토닥이고 위로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포기하지 않고 강건히 걸음 할 수 있게 보폭을 맞추는 존재로 살아갈 수밖에

누가 누구를 구원할 수 없으며

누가 누구를 아프게 해서도 안 되며

존재의 한계를 알고 그 이상을 요구해서도 안 되며

도 나도 애쓴다 한 번 웃어줄 밖에

죽음의 바다에서 손 꼭 잡을 수밖에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듯이

생의 시작은 달랐으나 그 끝을 지켜주는 수밖에

어쩌다 어둠의 계곡을 동행하게 된 동지로

달빛에 의지해 걸음을 디딜 수밖에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주면 감사한 일

그렇지 않더라도 제 살자고 하는 일들일테니 가엽게 보아줄 일


서러움밖에 없는 두 존재가

각자의 어떤 그리움을 쫓아가는 길


꽃길만이 아니어도 두려움 덜어줄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주고받는 일

함께 살아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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