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m asatoma
Oct 31. 2024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가장 예쁘게 피었을 꽃들로 가득한
꽃다발을 안았습니다
도발적이지는 않지만
농익어 그윽한 향내가 남았습니다
풋내 나는 싱그러움은 아니지만
걸음을 붙잡는 고혹이 있습니다
나는 어쩌다 이 꽃다발을 안게 되어
꽃들의 최후를 지켜보게 되었을까요
밤이 지나면 다시 피어날 일 없는 이 꽃들을,
마치 나의 마지막을 기다리듯
경건한 호흡으로
꽃다발을 안고 있을까요
바스러질까 껴안지도 못하고
갓 태어난 아기 안 듯
조심조심 안고 있을까요
나는 이 꽃다발을,
화려하게 피어 세상을 밝힌
그 향기 미치지 않은 곳이 없는
이 꽃다발을 안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