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m asatoma
Nov 18. 2024
청의 호수를 본 적이 있나요
새파란 하늘의 흰 구름과 에메랄드 빛깔 호수를
모두가 신비롭다 하는데
나는 그 기괴함과 늘어선 주검들에 숨이 턱 막힙니다
저 아래에서 자작나무들은 손을 잡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나요
바람 불어도 몸을 떨 힘조차 없어 보이는 자작나무들이
저 아래 물아래 땅아래에서는 손에 손을 힘주어 잡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데
진정으로 청의 호수는 아름다운 곳입니까
자작나무는 여러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하나의 개체에서 올라오는 줄기들이 한그루 한 그루를 이룬다고 하는데
저이는 저기서 엎드려 떠나지도 못하고 서서히 말라죽어가는 것만 보이고 있습니까
명소라며 찾아오는 사람들 틈에서
호수 빛깔에 환호하며 터지는 플래시들 앞에서
끝까지 나무로써의 품위를 잊지 않으려 허리 꼿꼿이 세우고 있는 저들의 마지막이 보이시나요
한때는 나뭇잎 푸른 숲이었을 것이고
바람 불면 이쪽에서 저쪽까지 모두가 일시에 하나의 거대한 울음을 만들었을 것이며
새들의 집이었을 것이고
누군가 찾아와 이야기 재잘대는 비밀의 정원이었을 겁니다
물속에서
수장되어 가는 저 모습이
청의 호수가
진정 아름답습니까
눈을 뜨고 보고 있기가 너무나 힘들고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