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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review

괜히 시비가 걸고 싶은 날이었다

경남도립미술관 유감

by Om asatoma

괜히 시비가 걸고 싶은 날이었다

구름 낀 하늘 때문은 아니었다

거리의 깡통이라도 발로 차보고 싶어서

시내를 어슬렁 거리다가

한 번 두 번 신뢰를 잃은

그래서 헤어진 애인처럼 느껴지는

미술관에 갔다


김아타 작가 작품에 대한 작품 설명을 읽었다


Museum Project No. 002

김아타의 뮤지엄 프로젝트는 낯익은 일상 풍경과 사람들을 주제로 한다.

이 작품은 한 노인이 유리 상자 안에 박제되어있는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그의 이런 작업에서 사진을 찍기 위한 모든 준비, 연출 과정은 행위미술과 설치미술의 범주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유리 상자는 현실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타임머신이며, 또한 사이버 공간으로서 관념과 과거와 미래를 공존시킨다. 유리 상자가 들어간 공간은 박물관이 되며, 인물들의 정지된 동작과 함께 시간이 멈추게 된다.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모두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박물관에 놓일 때 사물은 유물이 되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하나의 역사로 남게 되는 것이다. (하략)




아래는 지난 가을께 보았던 전시에 있던 작품 설명이다.


Museum Project No. 028

한 남성이 유리 상자 안에 '박제'된 모습을 사진으로 박제한다. 유리 상자는 현실에서 벗어나게 하는 공간이자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인물들의 정지된 동작과 함께 시간은 멈추며, 유리 상자는 일종의 박물관이 된다. 박물관에 놓이는 사물은 유물로서 시공간을 초월한 하나의 역사로 남게 되는 까닭이다. 작가는 세상과 단절된 폐쇄된 공간에서 존재의 실체를 찾을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같은 시리즈이고, 유리상자 안에 든 사람들을 다양한 공간에 배치하여 사진작업을 하므로 유리상자 및 작품에 대한 설명이 유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Museum Project No. 002 작품을 한 노인이 유리상자 안에 박제되어 있는 모습을 촬영했다고 작품설명 할 수 있을는지 의구심이 든다.

나는 노인을 찾지 못했다.





아래는 매산 황영두의 작품 세한삼우이다. 작품설명은 다음과 같이 제시되어 있었다.


제목의 세한삼우란 '추운 겨울철의 세 벗'이라는 뜻으로, 추위에 잘 견디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운 고목의 뿌리에서 돋아난 매화의 술을 자유분방한 먹의 농담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황영두만의 독특한 경지를 보여준다.




글쎄, 작품 안에서 매화도 보이고 소나무도 보이고 대잎도 보이는데 매, 송, 죽 모두가 하나의 화폭에 담겼음을 강조하는 설명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전시장에 있는 설명이 작품에 대한 적합한 표현인지 나는 모르겠다.



다만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에는 황영두에 대한 설명이 다음과 같이 나와있다.


매산 황영두는 특히 매화를 잘 그렸는데, 그의 매화는 꽃 안에 술과 고목의 뿌리에서 돋아난 새순 등을 표현하는 것은 황영두만의 독특한 경지를 만들었으며 일필휘지로 그려지는 일지매는 황영두의 특허였다.



작품 설명을 위해 위의 정보를 조합하다보니 '뿌리에서' 돋아난 '매화의 술'이리는 표현이 나온 것으로 추측한다.

순과 술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AI를 통해 추출한 문장이거나. 업무에 대한 성의가 없거나. 작가에 대한 존중이 없거나,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없거나, 예술에 대한 사랑이 없거나.






사람에는 시비걸지 못하겠고

나의 부족함만 바라보고 있자니 바싹바싹 말라가서

그래서 시내를 어슬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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