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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review

<그림이라는 위로>

특별히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책

by Om asatoma

낡은 물건 하나라도 또 다른 쓸모가 있는 것처럼,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늦은 시간은 없습니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다면,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갈 힘은 분명 내 안에 차곡차곡 쌓였을 것입니다. (그랜마 모지스) : 열심히 살았다. 치열하게 살았다. 존재의 증명을 위해 열심히 사는 일이 무의미해 보일 때 삶이 조금 느슨해졌다. 무언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구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가 된다면 게을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회에서 맡은 역할들이 다른 것처럼, 태어나는 이유들도 다를 것이다. 모두가 동일한 행복을 향해 살아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증명하는 일, 증명해 내는 일, 조금 구차하지만 성장의 동인이 된다면, 그러함으로써 존재할 수만 있다면 그 일을 놓지 않겠다.


인생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요.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늘 그럴 것입니다. (그랜마 모지스) : 모두가 빈 도화지와 채색도구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각자에게 주어진 종이의 질과 채색도구의 다양한 정도는 다르다. 나에게는 한정된 색만 주어졌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비록 내게 주어진 것이 24색 크레파스일지라도 색을 섞어서 충분히 다양한 색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움과 질병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에드바르 뭉크): 다행히 나에게는 결핍과 질병이 있었다. 무언가를 성취하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미모!를 가지고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결핍과 질병 덕이었다고는 분명할게 말할 수 있다. 뭉크의 작품 <절규>를 제시할 때는, 1911년작 <태양>을 나란히 제시하여 뭉크는 불안 속에 자신을 두기보다는 밖으로 걸어 나오기를 선택했다는 설명을 같이 해준다면 보다 교육적일 듯하다.


하루의 노동과 우리를 둘러싼 안개를 비추는 것에서 행복을 찾으세요.(앙리 마티스) : 24년 제주 미술관 마티스 전시에서 색종이를 오려 붙인 작품들을 보고 이것들도 작품인지 의아해하며 빠른 걸음으로 전시관을 빠져나갔던 나를 반성한다. 관절염과 암 수술 등으로 거동조차 어려워져도 포기하지 않고 활동을 펼쳤다는 점, 붓조차 들 수 없게 된 그가 색종이를 오려 붙여 작품활동을 했다는 설명을 읽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행복해지려고 결심한 정도만큼 행복할 수 있습니다.(에이브러햄 링컨) : 다식은 커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는 생각 위에 더 큰 행복을 그려볼 작정이다.


기꺼이 선택하고, 상처받고, 아파하세요. 그리고 또다시 선택하세요. 그것이 당신에게 부여된 특권이자, 당신이 당신의 삶을 후회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입니다.(장 폴 사르트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다시 무언가를 시도하라는 문장. 선택을 유보하지 않도록, 선택을 유보하는 일은 삶을 지연시킬 수 있을지언정 죽음을 지연시키지는 못한다. 내가 유보하고 있는 것이 선택 그 자체인가 선택에 따른 책임인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내부에서 빛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안에 빛이 있으면 저절로 밖까지 빛나는 법이니까요.(알베르트 슈바이처): 슈바이처는 분명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을 것이다. 내부의 빛이 쉽게 꺼질 수밖에 없는 환경은 경험하지 못한 듯. 내 안의 빛이 거의 꺼져갔을 때, 선생님께서 나타나셨다.


나는 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할 수 있다. (칸트): ‘길은 길이라서 반드시 가야 한다 원지라도 사지라도 가야 할 곳은 가야 한다 그것이 길이 짊어진 운명이고 사명이다’라는 작품이 떠오름.


인생은 자신의 의지로 살 때만 의미가 있는 거야. 얼마나 강한 의지로 살았는지가 중요해.(폴 고갱): 그래서 나는 내가 장하다.


우리들의 인생에는 화가의 팔레트에 놓인 것 같이, 인생과 예술의 의미를 보여주는 유일한 색채가 있습니다. 바로 사랑이라는 색이죠.(마르크 샤갈) :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계절이 없어졌다. 모든 계절이 봄이다.


아내와 함께 꾸민 집, 내 가족에 대한 추억,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그림들이 내 인생 최대의 작품입니다. (칼 라르손): 자정 넘게까지 아이를 데리고 수학 문제를 풀린 나를 반성한다.


가장 어두운 밤도 언젠간 끝날 것이다. 그리고 태양은 곧 떠오를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 밤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밤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겠다.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려면 먼저 자신을 감동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장 프랑수아 밀레): 감동 없는 글에 대해 평론을 쓸 수는 없으므로 나는 프로가 되지 못한다.


윌리엄 터너….. 2023년 LA 게티센터에서 윌리엄 터너 작품 앞에 오래 서있던 여자의 뒷모습을 몇 발자국 뒤에서 한참 바라봤다. 여자는 등을 돌려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고 했고, 그 사진은 아직 그녀의 프로필 사진으로 있다. 2017년 2월에 한국에서 보고 반했던 여자다. 그 여자가 입었던 블라우스를 기억한다. 얼마나 빛나는 모습이었던지를 기억한다.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롭고 즐거워 보이는, 르누아르의 작품과 어울리는 여자가 윌리엄 터너 작품 앞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는 모습이 어색해 보였다. 반트롬프, 바다를 항해하며, 기분 좋게 물에 젖으며 그의 상사를 기쁘게 하려는. 작품. 그녀에게도 요동치게 하는 무엇이 있었을까, 중심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었을까, 그 어느 곳에 다다를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요즘 그녀는 잘 지내고 있을까.



마리 로랑생 왜인지 이제하의 그림이 떠오른다.


펠릭스 발로통 색감이 어딘가 에드워드 호퍼와 닮았음. 공간과 정적이 강조되어 있음. 단절.




귀스타브 카유보트 1881년 작. 한참 바라본 작품.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여럿이 있으나

이 책의 기획 의도를 모르겠고,

책에 나와 있는 기획 의도에 따른다고 해도 과연 그 의도에 맞게 구성이 되었는지에도 의문이 들고,

메모를 남기기는 했으나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문장의 주체가 일관성이 없으며,

작품명이 잘못 표시되어 있는 작품도 있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가 좀 더 애정을 가지고 글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매우 크다.

작품에 대해서든 책을 읽을 독자에 대해서든.


그저 자신의 프로필 한 줄을 더하기 위해 발간한 책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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