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때가 있다
누구에게 나를 설명해야 하는 때 말고
내가 나에게 나를 설명해야 하는 순간.
나는 나의 지금을 무엇이라고 설명해야 하는가
나는 나를 설득할 수 있나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있나
말이 되지 않는 이 서사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하체 실루엣이 드러나는 광택 있는 코발트블루 플리츠스커트를 입고 상의 속옷은 입지 않은 채 가슴 양쪽 포켓이 있는 화이트 셔츠 단추를 세 개 풀고 샛노랑 가디건을 걸치고 바닷가 커피숍에 앉아있는 지금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카페 주인이 누구와 왔었는지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지금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이곳을 찾다가 찾다가 찾다가 시간을 쌓고 쌓고 쌓다가 쌓아놓은 시간을 펼쳐가면서 살아야 하는 순간이 언젠가는 올 것이므로 이 카페가 사라지기 직전이 되면 이 커피숍을 인수하고 싶어 하는 지금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그전에라도 이곳에 방 한 칸 만들고 싶어 하는 지금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아침에 눈을 뜨면 손을 뻗어도 만져지지 않아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먼 미래의 시간이 두려워서 소리 내어 펑펑 울기도 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그날 이전의 내가 너무나 낯선 지금을 지금의 내가 너무나 낯선 지금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말이 되지 않는 이 서사를,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한 그 이상의 서사를 나는 나에게라도 설명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