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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review

김성윤, 꽃.

by Om asatoma



호텔 엘리베이터 옆 벽면에 크게 걸린 대형 작품을 오가며 보았을 때 어딘가 기괴함이 느껴졌다.
비극적 결말이 되고 말 화려한 여자의 한 때 같은,
집안이나 배경이 좋지 못한, 순수한 열정만 있을 뿐 기반 없는 정치인의 최후를 앞둔 한 때 같은,
어떤 그로테스크함.

작가가 1985년생이라는 메모가 작품 옆에 있었다. 김성윤. 이름 세 자와 함께.

남자일 거라 생각했다. 남자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날카로운 남자. 시니컬한 남자.
어딘가 꼬인 곳이 있는.

사실적인 묘사이지만, 신경질적인 표현으로 읽혔다.
꽃이나 생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지는 않다.
나무에게 뿌리가 있다면, 화병에 있는 꽃이라면 화병은 일정한 정도 뿌리의 역할을 한다고 볼 때,
기반이 약하다.

일반적 의미에서의 화병으로부터 변주된 형태가 새롭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굳이 젊은 감각이라 이름 붙일 수 있겠지만, 정통으로부터의 탈피나 지루함으로부터의 탈주나 어떤 변주라고 읽으면서 의미를 굳이 굳이 부여할 수는 있겠지만,

아름답지가 않다면,
예술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작품일 수는 있다, 이 시대의 미술 작품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어떤 사조라고 할 수는 있겠다, 이 시대를 지나고 있는 혹은 관통하고 있는 젊은 세대가 예술을 변주하는 형식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불편함을 불러일으킨다면, 매일 두고 볼 작품은 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불편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불쾌함으로 나가가려고까지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아마 나에게 굳어있는 무언가를 건드렸나 보다, 사실 작품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작가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결국 남은 것은 저 작품 앞에 불편해하는 나의 마음만 남은 것이고, 무엇 때문에 어떤 부분에 불편함을 느끼는지 나를 들여보아야 할 문제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작품 외에도 이 호텔에 걸려 있는 작품들은....... 썩 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주 불편하다.......


아래는 김성윤 작가의 그림들.




아래는 김성윤작가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구도의 화병 그림을 하나 갖고 싶다는 메모. 김성윤 작가의 작품을 갖고 싶은 것은 아님. 누가 주어도 걸어놓고 싶지 않을 듯, 갖고 싶지 않을 듯. 그 안에 흐르는 불안과 비극이 흐를까 봐서.

다만,
이 작가의 작품 아닌,
화병에 담긴 꽃을 그린 작품을 하나 갖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으며,
꽃이 작약이거나, 풀냄새 진한 들국화이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나에게 크고 큰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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