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여행 중이다.

돌아가야 할 일상이 있는 여행 중이다.

전혀 다른 공기와 전혀 다른 풍경과

낯섦과 익숙함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기적과 감동이 너울대는,

지금은 여행 중이다.

새로운 환경 속에 놓인 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서

스스로를 재탐색하는 이 시간, 자아의 발견이다.

여행지의 탐구보다 자아의 발견이 더 앞선다.

처음에는 여행지에 대한 관심으로 발을 디뎠지만

하루하루의 시간이 흐르면서

나에게 이러한 면이 있었는지,

환경이 그러하지 못했을 뿐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은 여행 중이다.

전혀 새로운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떠한 방식으로 적응해 가는지,

나의 어떠한 특성들이 새롭게 발현되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던 무엇들이 분명해지는지,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영원히 머물 수는 없음을 알고 있는,

하지만 돌아가더라도 이전의 나와는 다르게 성장해 있을 것을 알고 있는,

지금의 아침과 지금의 커피와 지금의 공기와 햇살과 바람과 그 모든 것들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을 알고 있는,

마음에, 몸에, 기억에, 가득 품고 살아갈 것임을 알고 있는,

놓은 것도 잡은 것도 아닌,

영원, 영속성, 영구함, 영원, 영원, 영원의 의미를 알게 해주는,

지금은 여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