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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다.

by Om asatoma

자전거를 탈 줄 모르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적절한 비유일지 모른다


달리고 싶었던 길 위에서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숲길을 들판을 강변길을 바닷길을

날으는 듯이 쌩쌩 달리며 맞는 바람에서는

어떤 향내가 나는지

그 바람이 머릿결을 스칠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

내가 바람처럼 느껴지는지

구름 속을 나는 듯한 기분일지

바퀴를 굴리다 보면 날아오르는 듯한 기분일지


상상만 할 뿐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나의 역량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

믿을 수 없이 일어나고 있는 기분


잠시일지라도

잠시의 경험이라도

느낄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한다


바퀴 없이는 멈추게 될지

바퀴 없이도 달릴 수 있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되든

지금의 잠시의 경험이

생생하게 남을 것이므로

생생하게 남도록 모든 감각들을 열어두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모두, 모두 기억하고 싶은

애씀.


순간일지 모를 이 시간을 영원처럼

간직하고 말 것이다

기어이 내가 가지고 말 것이다


형태도 없는 단지 기억정도라면

그 정도는 나에게도 허락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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