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마창대교
야간 조명은 귀산 앞바다에 내려앉고
수줍은 복사꽃 같이 내 앞에 앉으신 할머니,
우리 외할아버지의 여자 친구
어른 모시고 대교 횟집 활어회 대접하는데
학생 커플같이 풋풋하기만 하더라
당신의 자랑이라시는 외손녀
늘 함께 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에
그래,
두 분이서 함께 살아온 세월도 나누시고
젊은 시절 녹록치 않았던 시절 이야기도 하시고
격세지감에 공감하며
그렇게 지내시는 것도 참 좋겠다
우리 외할아버지 곁에 계셔서 참 감사하다 했는데
오랜만에 찾은 말수 적은 손녀딸 살갑게 굴어본다고
좋았던 봄 밤 떠올리며
복사꽃 할머니 안부를 여쭈었는데
우리 외할아버지,
잠시
말씀 없으시다
짧게 한마디,
그이,
먼저 갔다
자식들은 제 살길 찾아 떠나고
마음으로 의지되는 동무들은 일없이 떠나고
남겨지는 것에 익숙해질 때쯤
훌훌 떠나게 되는 것인가
누구의 안부를 묻는 일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님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