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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Feb 24. 2020

구독자 100,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

게 예쁘다거나 예의상하는 이런저런 칭찬에,

굳이 아니라고 부인하거나 손사래를 치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콧소리 가득 섞어 '솔'음 이상으로,

더이상 높은 소리는 나올 수 없다 싶을만큼 높은 소리로
우아~ 감사합니다~! 라고 외치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브런치 구독자수가 30명을 넘어가면서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좀 이상했습니다.

50명 넘어갈 때부터는
누군가 제 브런치 구독을 한다는 알람이 뜨면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고,
혼자서 엥?! 하고 현실 소리를 내기도 했어요.
이상해, 이해할 수 없어, 왜~?라는 생각이 가득 찬 채로
구독해주시는 분들이 100분이 넘었어요.

보이기 위해 쓰는 글은 아니지만
누군가 나를 알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어요.

그래서 오가며 우연히 글을 읽게 된 분들이
라이킷을 눌러주고 가시면

그래요, 나 당신 마음 알 것 같아요,
토닥토닥, 힘내요,

라는 메시지로 느껴져서 혼자 울컥하면서 조용한 브런치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사실은 최근에 갑자기 구독 수가 많아졌는데..
제 글을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유익한 정보를 드리는 것도 아니고
깊은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외생활이나 특별한 직업이나.. 새로운 간접의 경험을 하게 해 드리는 것도 아닌데

뜨뜻미지근하고 양념도 하다만 것 같고
특별한 색깔이 있지도 않는 글을 보시고
구독을 해 주시는 게 사실은 이해가 잘 안 되어요.

라이킷은 반가운 마음에, 잘 읽고 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데
구독은 잘 모르겠어요.

멋들어진 사진도 없고,
가운데 따옴표 같은 것도 넣지 않고,
글도.... 순간순간 떠오는 하나의 이미지나 구절이 있으면
그냥 그거 하나 붙잡아서 휙 쓰고 마는 거라서..
구독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처음엔 제 글만 쓰고 다른 분들의 글은 읽지 않았어요.
프로필 사진도 처음 가입할 때 그대로인 걸 보면 아시겠지만, 좀 게을러요. 느리고, 주변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성격이에요.
그러다 구독해주시는 분들의 글도 보게 되고
브런치 최신 글들을 위주로 보게 되었는데
세상에 정말 굉장한 분들이 많이 계셔서!!

등단하고 싶다 종이책 내고 싶다
이런 마음들 가볍게 접을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분들이 많이 계셔서

이제는 그저
마음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고
어쩌다 스치면서 하이파이브해주시는 것처럼
어깨 톡톡 해주시고 가는 것처럼
라이킷과 구독을 귀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브런치 생활하려고요.

저 기념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주로 혼자서 기념을 합니다만..

구독자 100명 기념으로 을 올립니다.

구독자 한자리 숫자일 때는
100명쯤 되면 정성껏 시 같은 시를 써야지 마음을 먹었었는데
혼자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어요.
그 시간이 아주 멀리에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아마 시간이 흐르면서
진해 여자의 관심이 어디로 흐르는지
어떤 생활을 하는지 희미하게 알 수 있는 정도로만
지금처럼 글을 쓸 것 같아요.


구독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그래도 어떤 큰 힘이 되어주고 계셔요.
그래도 놓치고 싶지 않는 마음이, 욕심이 생겨요.

구독을 누르는 그 순간의 멈춤에 감동을 느낍니다.
잠깐 멈춰 주신 것,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것에
정말 정말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봄에 실컷 사랑할 수 있도록
여러 상황들이 나아지기를 바라요.


잠시라도 곁에 머물러주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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