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능소화 앞에서

by 운곡


운곡(雲谷)


7월의 태양은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 망설임 없이 작열한다.

그 아래, 오래된 담장 위로 능소화가 오른다.


햇살에 지지 않고,

장맛비에 꺾이지도 않으며,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간다.


그 모진 계절 한복판에서

엇갈린 계절의 곡선을 따라

흔들리되 꺾이지 않고

더 찬란한 꽃을 피워내는 능소화.


마치 시련을 품고 더 단단해진

우리네 삶을 닮은 그 강인한 아름다움 앞에서

나는 문득 숨을 고르고, 마음을 고쳐 쥔다.


능소화(凌霄花).

이름부터가 한 편의 시다.

凌霄,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라니—

여름의 절정, 그 벼랑 끝에서

스스로를 밀어 올리는 생의 의지처럼

당당히 피어나는 한 송이.


시련을 탓하지 않고,

계절을 원망하지 않는 능소화는

꽃잎 하나하나 흩뜨리지 않는다.


대신,

꽃송이 전체가 툭—

조용히 담장 아래로 스러진다.


마치 오래도록 품어온 무언가를

담담히 놓아주는 순간 같다.

기품 있게 피고, 미련 없이 사라지는 그 자세.

우리도 그러하길 바란다.


7월이라는 시간 앞에서,

무더위를 이겨내고,

때론 장맛비 같은 슬픔과 불안을 지나며

자신만의 꽃을 피워내기를.


그리고 그 꽃을

품위 있게 놓아줄 줄도 알기를.


7월 첫날,

나는 능소화 앞에서 배운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강인함,

지나온 계절을 품은 다정함,

그리고 더위를 견디는 너그러움.


이 여름, 우리도 능소화처럼 살 수 있기를.

피어나는 시간은 찬란하게,

저물어가는 순간은 고요하게.


그렇게,

7월의 뜨거움 속에서도

우리의 하루하루가

꽃으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