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쌓기의 두 얼굴

-feat. 당랑권과 당랑거철이 주는 교훈

by 운곡


雲谷의 월요 칼럼..


당랑권과 당랑거철을 통해보는 청년들의 스펙 쌓기


Prolog : 사마귀의 방문


긴 늦장마가 지나고, 축축한 공기 속에 열어둔 창틈으로 불청객이 찾아왔다.


초록빛 몸을 반짝이며 책상 위를 기어 다니는 사마귀 한 마리. 가만히 그를 바라보니, 어쭈구리, 이 작은 녀석이 앞다리를 치켜들고 나를 향해 자세를 잡는다. 마치 도전이라도 하듯, 그 눈빛은 당당하다.


한판 붙어보자는 걸까? 곤충 세계의 사자라 불리는 포식자의 기세에 잠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이내 슬며시 뒤로 물러나며, 이 작은 용사의 체면을 살려주었다.


그 치켜든 앞다리에서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무협지 속에서 눈을 못 떼게 해 주던 흥미진진하던 이야기들, 무당파와 소림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강호를 주름잡던, 당랑권(螳螂拳)의 화려한 동작들. 사마귀의 날렵한 움직임을 닮은 그 무술..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가 생각났다.

바로 거대한 마차 앞에 무모하게 맞서는 사마귀의 우스꽝스럽던 모습, 당랑거철(螳螂拒轍).....

그 용감하지만 어리석은 도전......

창밖으로 비 내리는 소리가 부드럽게 들려오고, 사마귀는 여전히 책상 위에서 여러 가지 동작들을 보여준다... 문득 필을 잡고 싶어졌다. 이 사마귀의 이야기를....


당랑권과 당랑거철을 통해보는 청년의 스펙 쌓기 ​


사마귀의 날렵한 움직임에서 비롯된 중국 무술, 당랑권(螳螂拳) 은 대표적인 당랑포선식(螳螂捕蟬式, 사마귀가 매미를 잡는 자세)이 특징인데 이는 민첩성으로 자신보다 덩치가 큰 강적을 제압하는 권법이다.


반면, 고사성어 당랑거철(螳螂拒轍)은 사마귀가 거대한 마차 앞에 무모하게 맞서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모르는 어리석음을 비유한다.


이 두 개념은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마주한 '스펙 쌓기' 열풍에 중요한 교훈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청년들은 각종 자격증을 딴다거나, 유학이나 하다못해 단기 어학연수라도 다녀와야 하고 또, 대기업의 인턴십 등으로 스펙을 쌓으며 당랑권의 화려한 동작들을 익히듯이 기회를 잡으려 하지만, 자칫 방향성 없는 노력은 당랑거철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 글을 통하여 스펙 쌓기의 현실과 문제점을 당랑권과 당랑거철의 경우를 통해 살펴보면서 오늘날 청년에게 필요한 균형의 지혜를 생각해 본다.


스펙 쌓기​


민첩한 당랑권일까, 아니면 무모한 당랑거철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지나지 않을까?


당랑권은 사마귀의 공격 동작에서 영감을 받아, 실전에 강한 무술임을 강조한다.


현대 사회에서 청년들의 스펙 쌓기는 이와 유사하다. 치열한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해외 연수를 다니며, 기업 인턴십을 경험하는 것은 수많은 강호의 고수들과 겨뤄야 하는 실전 속의 당랑권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누구나 인정하는 대기업에서의 인턴 경험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일격을 가 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실제로, 기업의 채용시장에서 인턴 경험은 가산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특정 기술 자격증 소지자의 수요가 급증하며, 이러한 준비는 당랑권의 권법 수련처럼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고 반격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청년들이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며 '왜' 그리고 '어디에' 이 스펙을 사용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당랑거철 속의 사마귀가 마차 앞에 무모하게 맞서는 모습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정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맞춤 취득한 자격증이 아니라 직업과 무관한 자격증을 무작정 취득하거나, 단지 어학연수를 다녀왔다는 사실만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는 자칫 시간과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과 개인의 준비가 불일치하는 오버 스펙 문제도 심각하다.


화려한 스펙을 쌓았지만, 정작 직무와 연관성이 없거나 실질적 역량이 부족하면 마차 앞에 선 사마귀 꼴이 되기 십상이다.


청년들의 딜레마​


오늘날 청년들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압박감에 이런저런 스펙을 쌓는다.


이는 당랑권의 일반적인 수련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확한 목표와 타겟 없이 쌓은 스펙은 종종 당랑거철의 우스꽝스러운 꼴을 만든다.


예를 들어, 정확한 목표 설정 없는 유학이나 어학연수는 들어간 돈과 시간에 비해 가성비기 형편없을 수 있으며, 또 대기업 인턴십 경험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과 무관한 경험이라면 결국 무의미 해진다.


이러한 무모함은 현재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도 연결된다.


취업 시장의 높은 경쟁률과 불투명한 채용 기준은 청년들로 하여금 '더 많은 스펙'을 쌓도록 부추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사회가 스펙보다 실질적인 능력 중심 사회로 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이제는 특정 직무에 꼭 필요한 스펙이 아니라 막연하게 기업이 선호할 것이라는'추측'만으로 스펙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자신의 장점과 열정을 발휘할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다. 이는 당랑거철의 사마귀처럼, 무모한 도전이 되는 것이다.


방향 선택의 지혜​


당랑권의 실전 성과 당랑거철이 주는 교훈은

오늘날 우리 청년들에게 스펙 쌓기는 당랑권의 권법 수련처럼 실전에서 상대를 넘어서는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가 되어야 하지만, 당랑거철이 주는 교훈을 잊지 말고 자신의 목표를 잘 설정하고 자신의 한계 또한 냉정히 평가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청년들은 우선 무엇보다 먼저 목표 설정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하고 스펙을 쌓기 전에 '내가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를 분명히 정해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가 되고 싶다면 의대를 가야 하지만 진입 장벽 때문에 고민이라면 의전으로 우회하는 방법을 고려하여 의전 진학이 유리한 자연계열 대학에 우선 진학을 하여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계획하고 거기에 맞는 전공을 택하여 수련을 해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즉 자신의 진로의 방향과 무관한 어학연수나 자격증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실질적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보여주기식의 화려한 스펙보다 실제로 직무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는 당랑권이 실전 능력을 중요시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자신의 한계 파악​


당랑거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처럼 자신의 현재 역량과 자원을 냉정히 평가하여 합당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자기 반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이 서울대나 소위, SYK로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자신의 수준에 맞는 지방대를 정하고 대학에서 요구하는 전형에 대해 계획을 수립하고 준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 기준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누구는 무슨 자격을 가지고 있다더라는 등의 비교 우위는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

남들이 장에 가면 따라 장에 가듯이 목적 없이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 자신의 한계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자신만의 장점과 열정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레드오션의 전략이 필요하다.


결론


현대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회를 잡으려는 청년들의 노력은 당연하지만, 방향성 없는 노력은 시간과 열정을 낭비할 뿐이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당랑거철의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목표 설정과 거기에 맞는 수련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능력을 갖추어 간다면 청년들은 사마귀처럼 작지만 강력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마철에 만난 이 작은 사마귀의 지혜가 우리 사회 청년들의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가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