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塞翁之馬)
(연재 5편)
雲谷
새옹지마’는 중국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에 실려 전해 내려오는 고사다.
변방에 살던 한 노인이 기르던 말이 도망가자 사람들은 위로했으나, 노인은 “이것이 어찌 갑작스레 복이 되지 않겠는가?”라 하였다. 몇 달 뒤 말이 준마(駿馬)와 함께 돌아오자 모두가 축하했지만 노인은 다시 말했다. “이것이 어찌 재앙이 되지 않겠는가?” 결국 아들이 그 말을 타다 떨어져 다리를 부러뜨리자 또 “이것이 어찌 복이 되지 않겠는가?” 하였다. 이듬해 오랑캐가 침입해 마을 청년들이 모두 징집당해 대부분 목숨을 잃었으나, 다리를 다친 아들은 살아남았다.
이렇듯 인생지사는 화와 복을 단정할 수 없다. 그래서 새옹지마는 ‘전화위복’처럼 단순히 불행이 복으로 바뀐다는 뜻을 넘어, 인생 전반이 예측불가한 변화무쌍함 속에 있다는 것을 경계하며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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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은 늘 예측할 수 없는 물길과도 같다. 평탄하게 도도히 흐르던 인생이란 강줄기가 어느 순간 암벽에 부딪혀 굽이치며 방향을 틀기도 하고, 때로는 가뭄에 메마르기도 한다.
그 굽이와 마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삶의 깊이를 배운다.
불행 속에도 복이 깃들고, 행운 속에도 불행의 씨앗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로또에 당첨되어 인생 역전의 꿈을 안았다가도, 그 갑작스러운 부(富)는 가족 간의 갈등과 잘못된 투자로 이어져, 오히려 당첨 이전보다 더 불행한 나락에 빠진 이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종종 접한다. 이렇듯 행운이 곧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하고, 불행도 반드시 절망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그 진리를 뼈저리게 겪었다.
IMF를 거치며 하던 사업을 접고 깊은 절망감에 서 해외 진출이라는 돌파구를 찾아 오히려 전화위복이라 기뻐했지만 20여 년 동안 해외 생활은 가족과 단절이라는 아픔을 주었다.
국난에 가까운 팬데믹 시절 나는 해외에서 코로나에 걸린 뒤 사경을 헤매다 가까스로 회복은 했지만, 후유증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귀국 후 얼마지 않아 호흡이 가빠 오고 가슴이 답답한 증세가 계속되었다.
급기야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힘들어져 폐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급히 대학병원 흉부외과로 갔다. 폐 CT와 운동 부하 검사 결과 폐는 정상이었으나, 의료진은 어딘가 미묘한 낌새를 놓치지 않았다. 즉시 심장내과로 옮겨 초음파와 심장 조영술 검사를 다시 진행했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심장 주변 네 개의 혈관이 거의 다 막혀 있었고, 그중 하나는 명주실 한 오라기처럼 가느다란 혈로만 남아 곧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병원 측은 즉시 시술 준비에 들어갔고 시술 도중 혈관이 터질 수도 있음을 설명하며, 만약의 경우 의료진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사전 동의서를 내밀었다. 아내는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서명을 마친 뒤, 그 손을 모아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은 보험 적용조차 되지 않는 고해상도 장비를 동원해 시술을 서둘렀다. 다행히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담당 교수가 시술 당시의 위험한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 주면서 환하게 웃었다 “당신은 정말 죽음 직전에서 되돌아왔다"라는 말을 건넸을 때 나는 또 한 번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고 다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 순간,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그 사건은 내 삶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당시 서둘러 출국 준비를 하다가 멈추고 오랜 해외 생활을 접기로 결심하여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
20여 년 동안 늘 그리워만 했던 가족과 함께 밥상을 나누고, 사소한 일상까지도 감사히 여기는 삶. 누군가는 병을 불행이라 말하겠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행복으로 들어서는 문이 되어 주었다.
삶은 결국, 새옹지마였다.
불운 속에는 기회가 숨어 있고, 행운 속에는 위험이 자리를 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상황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내는가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또 한 번 되돌아온 나는 매일의 작은 숨결과 가족의 웃음을 선물처럼 받아들인다.
Prologue....
바람에 꺾인 가지 끝에도
새 잎은 돋아난다.
어둠의 골짜기를 지나온 뒤에야
새벽의 빛은 더욱 눈부시다.
화 속에 숨어 있던 복, 그 뜻밖의 은총은 인생이 내게 내린 축복이 아니었을까???
연재 6편 예고
토사구팽(土俵狗烹) ― 필요와 버려짐의 아이러니
필요할 때는 쓰이고, 쓸모가 다하면 버려진다.
직장, 인간관계, 조직 속에서 냉혹한 현실과 인간적 지혜를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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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 김정익
긴 세월의 내공을 껴안고, 삶의 무늬를 또 다른 언어로 그려 내려고 고민합니다. 가슴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지나온 날들의 바람 소리, 잊히지 않는 얼굴들, 그리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질문들을 물결로 엮어 실개천에 조용히 흘려보내고 싶습니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한 줄 한 줄의 문장들이 바람처럼 스치고, 별빛처럼 가슴 깊은 곳에 내려앉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