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愚公移山)
고사성어 연재 제7편
雲谷
중국 고전 《열자(列子)》에는 우공(愚公)이라는 노인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는 아흔을 훌쩍 넘긴 나이였지만, 집 앞을 가로막은 두 개의 거대한 산(태행산과 왕옥산) 때문에 마을로 가는 길마다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었다.
우공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가족과 함께 산을 파내기 시작했다.
이를 본 이웃 지수(智叟)는 “그 나이에 무슨 산을 옮긴단 말이냐, 어리석구나. 차라리 포기하라"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우공은 담담히 대답했다.
“내가 죽더라도 내 아들이 있고, 아들이 죽더라도 손자가 있다.
대대손손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이 산을 옮길 수 있다.
산은 더 이상 커지지 않지만,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그 끈기와 의지에 감동한 하늘의 신은 산을 들어 멀리 옮기게 하였고, 결국 우공의 집 앞은 평지가 되어 마을로 가는 길이 활짝 열렸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는 종종 꾸준함이 지닌 깊은 의미를 잊곤 한다.
‘한 우물을 파라’는 옛말처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작은 힘도 끊임없이 이어지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진 우리는 점점 기다림과 지속에 약해지고 있다.
어떤 이가 ‘우물을 파서 실패한 적이 없었다’는 사람에게 비결을 묻자, 그는 짧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이 나올 때까지 팝니다.”
그 한마디가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나는 은근히 승부욕이 강한 편이다.
한 번 시작한 일은 기어코 끝을 보아야 직성이 풀린다.
어영부영 포기하거나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냥 직진이다.
젊은 시절, 크고 작은 일들을 그렇게 넘겨 왔다.
이제 또 내 앞에 버티고 선 두 개의 산이 있다..
하나는 건강의 산이고 하나는 새로 시작한 글쓰기이다.
한번 시작하면 반드시 끝을 보아야 하기에 글쓰기에 차마 쉽게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조용히 삽자루를 들었다.
오늘 한 삽, 내일 또 한 삽. 글 한 줄, 또 한 줄.
그렇게 조금씩 산을 깎아 내려가고 있다.
코로나 이후 건강의 적신호라는 산을 만났다
심장에 스텐트를 박고, 당뇨와 고혈압이라는 평생 동반자를 맞이했을 때 나는 절망보다는 ‘꾸준히 관리하자’는 결심을 했다.
하루아침에 건강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작은 실천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침이면 가벼운 스트레칭과 하루만 보이상 걷기를 습관처럼 이어갔다.
간헐적 단식을 통해 하루 14시간 이상 공복 유지하기, 식탁에서는 소금과 기름을 조금 덜어내며 채소와 생선을 가까이했다.
약을 제때 챙겨 먹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렇게 쌓인 날들이 어느새 한 해를 넘기고 나니 몸은 조금씩 달라지고, 마음도 함께 단단해졌다.
건강 또한 우공이산처럼 ‘오늘의 한 삽’이 모여 길을 여는 일이었던 것이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산이 있다.
삶의 도전일 수도, 오랜 꿈일 수도, 혹은 스스로와의 조용한 싸움일 수도 있다.
투자이든, 글쓰기이든, 건강이든, 생존의 문제이든…
오랜 시간을 견디며 한결같이 머무는 힘이 없다면 길은 열리지 않는다.
우공이 매일 흙 한 삽을 옮겨 산을 깎아냈듯, 우리도 하루아침에 산을 옮기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조금씩, 그러나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면 언젠가 그 견고해 보이던 산은 무너지고, 길은 저절로 열릴 것이다.
오늘 나는 그렇게 조용히 글 한 줄을 써 내려간다.
내 앞에 쌓인 산을 한 겹씩 허물며, 먼 훗날 이 길이 누군가에게 작은 쉼터가 되고, 또 다른 이의 발걸음을 이끌 오솔길이 되기를 바라며, 불가능해 보이는 길도 꾸준히 이어가는 작은 걸음이 모여 마침내 가능으로 바뀐다는, 오래된 지혜의 이름 우공이산을 생각해 본다
雲谷-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 앞을 막고 있는 산이 있다면 오늘 단 한 삽을 들어 올릴 용기를 얻게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운곡-
운곡
긴 세월의 내공을 껴안고, 삶의 무늬를 또 다른 언어로 그려 내려고 고민합니다. 가슴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지나온 날들의 바람 소리, 잊히지 않는 얼굴들, 그리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질문들을 물결로 엮어 실개천에 조용히 흘려보내고 싶습니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한 줄 한 줄의 문장들이 바람처럼 스치고, 별빛처럼 가슴 깊은 곳에 내려앉길 바랍니다.